[재건축 조합장을 만나다 -권좌근 송파한양2차 조합장]
시공사 선정에 AI툴 활용…"투명 재건축 만든다"
[땅집고] “송파한양2차는 재건축 이후 팔고 싶은 아파트가 아니라, 살고 싶은 아파트가 될 겁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합은 ‘빠른 속도’와 ‘데이터 기반’을 원칙으로 재건축 사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1984년 준공한 총 744가구 중형급 아파트인 ‘송파한양2차’.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입지면서 지하철 8·9호선 석촌역까지 걸어서 10~15분 걸리고, 인근에 석촌호수·올림픽공원 등 서울 대표 녹지공간을 끼고 있다. 2020년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고 올해로 5년째, 오는 10월 말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공사비만 7000억원대인 이 단지 재건축 시공권 수주를 노리는 건설사가 적지 않았던 가운데, 국내 핵심 건설사인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2파전이 예상돼 정비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권좌근(48) 조합장은 2023년 11월부터 송파한양2차 재건축을 이끌고 있다. 당시 강남권에서 최연소 조합장이었다. 현재도 송파구 일대 조합장 중에서는 가장 젊다. 권 조합장은 2002년 LG전자에 입사해 해외마케팅, 상품기획, 신사업기획팀 등을 거쳤다. 사내 AI연구원 창설 멤버기도 하다. 대기업 22년 경력 이후 조합 일에 뛰어들었고 전문 영역인 데이터와 AI기술 사업화를 기반으로 재건축 사업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조합장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CEO가 아니라, 주주(조합원)들의 권리를 높일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는 시공사에 요구하는 주주대표”라면서 “조합의 1차 고객인 조합원들을 위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을 제 1의 목표로 삼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시공사별 조건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업계 최초로 AI 툴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땅집고가 권 조합장을 만나 송파한양2차 재건축 사업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송파한양2차의 특징이 있다면.
“자가 거주 비율이 7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과거 최초 분양 받아 40년 넘게 살고 있는 조합원들도 30%에 달한다. 그만큼 주거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런 조합원들 선호도를 반영하기 위해 세 차례 설문조사를 통해 주택형을 설정했다. 그 결과 재건축 이후 국민평형인 전용 84㎡를 초과하는 중대형이 총 457가구로, 전체의 34%로 계획됐다. 단지 내 상가가 없는 점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다른 굵직한 강남권 재건축 조합과 달리 주택 소유자들과 상가 주인들 간 갈등이 벌어질 일이 없다.
송파한양아파트는 도로 하나를 두고 1차와 2차로 나뉘어있는데, 모두 재건축을 마치면 도합 2500여가구가 될 예정이다. 단일 브랜드 대단지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10월 2차 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가 바로 옆 1차도 수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형사인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어떤 식으로 고급화를 계획하고 있나.
“송파한양2차는 현재 강남권에서 최고로 통하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는 아니지만 인근 올림픽공원, 대모산, 롯데타워 등 녹지공간과 랜드마크 영구 조망권을 보유했다. 이 점을 고려해 조경에 특히 힘을 주기로 했다.
사업지 내 아파트 한 동을 일부러 들어내고 축구장 크기만한 중앙공원을 계획했다. 이 공간과 서북쪽에 있는 자투리 공간에도 녹지를 만들고, 남쪽 한양공원까지 총 3곳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조성한다. 최상층 동에는 파노라마 뷰가 가능한 스카이라운지를 꾸릴 예정이다. 앞으로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조경·커뮤니티 시설같은 공용공간이라는 판단에 시공사 선정 설명회에서도 ‘3조’(조경·조망·조명)에 신경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향후 공사비나 추가분담금이 상승할 여지는.
“일부 강남권 정비사업 조합마다 초기 단계부터 단지 내외부 고급화를 계획하는 바람에 공사비와 추가분담금이 동반 상승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송파한양2차의 경우 60대 이상 조합원이 많고 자가 거주 비율도 높기 때문에 이런 비용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 데이터에 따르면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로 3.3㎡(1평)에 58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여기에 마감재를 더하면 650만원 정도 되는데, 우리는 이 금액을 근거로 공사비를 최소 수준인 790만원으로 제시했다. 공용공간은 고급화했지만 세대 내부 고급화는 최소화한 금액이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평당 5200만원에 일반분양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정비계획단계에서 동일 평형 이동시 가구당 분담금이 1억6000만원~4억8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조합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앞으로 사업시행인가, 조합원 분양 등 사업 단계를 지나면서 공사비도 상승하겠지만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조합 수입 역시 커질 계획이다. 선택 평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7000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기대 중이다. 조합은 여기서 추가 절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오는 9월 4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 경쟁 입찰이 성사될 경우 10월 말쯤 조합 총회를 열고 선정한다. 인근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을 보니까 수주전에 참여한 두 건설사가 상대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느 시공사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조합원 고민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점을 고려해 송파한양2차에서는 입찰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금융조건·공사기간 등 객관적인 수치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AI툴을 활용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해 시공사별 조건 우위를 가리는 것은 정비업계 최초다.”
-앞으로 조합 계획은.
“2032년쯤 되면 송파 일대 중부권 아파트마다 재건축을 마무리하고 입주하는 현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송파한양2차가 가장 빨리 집들이를 시작하는 단지가 되었으면 한다. 재건축 이후 팔고 싶은 아파트가 아니라,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