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나라 국민의 염원 중 하나는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일한 노동의 댓가로 내 집 마련의 꿈을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대비 현재 주택 가격은 2~3배 급등해버린 상태다. 예를 들어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을 기준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2017년 18억6000만원에서 올해 52억원으로,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현대’는 같은 기간 7억5000만원에서 22억원으로 상승하는 등이다.
더군다나 민주당 정부가 정권을 잡으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국민들의 강한 믿음과, 지난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 겪었던 집값 상승 경험으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집값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상승률 자료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주택 가격 상승률이 0.75%를 기록하며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보다 상승폭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그러자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강력한 대출 규제로 주택 가격 잡기에 나섰다.
이 대책의 골자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경우 6개월 안에 의무적으로 전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다주택자는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 역시 금지하면서 갭투자의 길도 막히게 됐다.
그럼 6·27 대책의 효과는 어떨까. 가계부채를 절반 가량으로 줄여 건전성을 확보하고, 투기수요를 차단해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단기적으로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점점 커지고 있던 집값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지, 여전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매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7월 1주 0.4% ▲7월 2주 0.29% ▲7월 3주 0.19% ▲7월 4주 0.16% ▲7월 5주 0.12% 등 순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후 변곡점을 맞아 8월 4일 기준 0.14%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출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이 어려워졌고, 이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세 수요 과잉과 공급 부족 현상도 동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주택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 과제로 삼고 올해에만 약 5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으로 노후 주택 문제를 개선하고, 도심 내 민간주택 공급 확대를 목적으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당근책도 마련해둔 상태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급감으로 인한 공급 절벽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2025년 4만 6710가구에서 2026년 2만4462가구로 47.6%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입주량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경기도·인천 역시 입주 물량 감소폭이 각각 43.2%, 36.9%로 큰 편이라 서울 아파트를 대체할 만한 수도권 주거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19년부터 3기 신도시를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세웠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주한 단지가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속도가 가장 빠른 인천 계양신도시의 경우 2026년 입주가 예정돼있지만 3년까지도 지연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토지보상, 착공, 분양 등 절차가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입주 시기도 따라서 밀리고 있는 것. 결국 3기 신도시는 최초 등장으로부터 최소 10년 이후나 되어야 입주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주택 공급 계획과 실제 공급 시기의 격차가 10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서울시의 공급 계획이 실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주택 공급이 단순히 물량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이뤄지는 것이 핵심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입지 우수성과 수요자 선호도를 고려하면 정부가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6·27 대출 규제로 인해 정비사업에서 이주비 대출이 기본 6억원으로 제한됐다. 추가 이주비 금액은 제한이 없긴 하지만 시공사 신용도 등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신용이 좋은 시공사나 대출을 실행해주는 은행만 배불리고 조합원은 그 비용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조합원 입장에선 공사비 증가와 함께 추가 분담금 증가로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에서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이는 곧 도심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정부가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에만 집중하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세금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지방 대도시 거주자들이 지방에서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보다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 대도시 거주자들이 매입한 서울 아파트만 4000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과 지방 도시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지방 인구 감소 및 집값 하락·정체로 연결된다.
정부에선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시가격 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 단계에서 중과 없이 기본세율 1%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미분양 주택 구매자에게는 취득세 감면 혜택도 주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에 대한 호응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처럼 서울과 지방 대도시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폭 넓은 완화 정책을 마련해야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가 6·27 대책에서 내세운 대출 규제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규제로 인해 현금 부자들만 혜택을 보고 있고, 실수요자들은 각 지역 안에서 주택 가격대별로 차별을 겪고 있어서다.
따라서 정부는 일회성 단기적 정책이 아닌 신속하게 필요한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면서, 지방 주택이나 낮은 가격대 주택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는 차별화된 정책을 구상해 아파트 가격 안정화를 앞당기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급 없이는 시장 안정이 없다는 원칙하에 규제와 공급 정책의 균형 잡힌 조화로 모든 계층이 안정적인 주거를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글=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전공지도교수,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