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분양한 강남 대표 부촌 ‘압구정현대’
50년 전 분양가→현재 시세 ‘635배’
특혜분양으로 ‘고가’ 이미지 구축, 현재 재건축 추진 중
[땅집고] “1채당 865만원에 분양했던 전용면적 82㎡가 이제는 50억원이 됐다. 초임 공무원 월급 299년치를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해야 살 수 있는 아파트라니….”
대한민국 부촌(富村)의 상징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현대 아파트’가 약 50년 전 최초 분양가와 비교해 현재 시세가 635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3.3㎡(1평)당 시세 2억원을 돌파한 압구정현대는 재건축 사업이 끝나면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것인지 주목된다.
최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압구정현대 아파트의 1970년대 최초 분양가와 현재 시세를 비교하는 게시글이 다시 화제다.
압구정현대는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대단지 아파트로 1976년 최초로 지은 1·2차부터 사원아파트인 14차까지 총 83개동, 6335가구이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데 동호대교와 논현로 기준으로 동측이 압구정3구역(구현대), 서측이 압구정2구역(신현대)이다.
1976년 첫 분양 당시 분양가격은 48평형 기준 1416만원으로 평당 28만원정도였다. 당시 초임 공무원 1년 총급여는 약 48만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와 비교하면 당시에도 매우 높은 가격이었다. 당시 초임 공무원이 연봉을 전혀 쓰지 않고 약 29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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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시세는 최초 분양가의 635배가 됐다. 땅집고 AI부동산(☞바로가기)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 1·2차 48평형과 같은 전용면적 161㎡가 올 4월 24일 90억원에 거래됐다. 연봉 3010만원인 올해 초임 9급 공무원이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299년을 저축해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다른 면적 아파트도 상승 폭이 수백배에 달한다. 30평형대 최초 분양가격은 865만원으로, 이 역시 평당 28만원가량이었다. 같은 면적인 압구정 현대3차 82㎡는 지난 6월 2일 55억원에 팔렸다. 이 역시 최초 분양가격의 635배 정도다.
압구정현대는 초기엔 높은 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발생했다. 하지만 1978년 터진 특혜분양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오히려 고가(高價) 아파트로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됐다. 당시 한국도시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압구정현대 5차는 952가구를 100% 사원용으로 쓰도록 승인받았는데, 검찰 수사 결과 291가구만 사원에게 분양했다. 나머지 600여가구는 정치인, 고위 공무원, 언론인 등에게 분양했다. 한국 최초의 특혜분양 사건으로 불린다.
사회 고위층으로 불리는 이들이 압구정현대를 대거 분양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후에는 압구정현대처럼 아파트 단지에 건설사 이름을 붙이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압구정현대 집값이 수익률만 놓고보면 대단한게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당시 분양가 수준의 현금을 예금에 넣었다면 더 큰 수익률을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포털의 한 커뮤니티 채널에 “1976년에 강남 아파트를 못 샀다고 후회할 필요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화제다.
작성자는 압구정현대 48평형 분양가인 1416만원을 1970~1994년까지 24년간 재형저축(정부가 직장인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보급한 적금)과 일반 정기예금에 예치했을 경우, 복리로 가정하면 2023년 기준 10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작성자는 “주택은 대출을 일으켜 레버리지 효과가 있고 거주지로서 효과도 있다는 것이 (예금과 다른) 장점”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