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하우징 멘토를 만나다] 김준연 태원시아이앤디 부사장 “시니어타운 흥행의 3대 조건…입지·운영사 신뢰·의료 연계가 승부 가른다”
상품 기획 실패는 미분양 늪 지름길
운영 철학 없는 시행사·운영사도 많아
[땅집고] "시니어타운은 입지, 서비스의 질, 의료 연계 이 세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단순히 주택만 짓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불하는 높은 보증금과 월 생활비에 상응하는 신뢰도 높은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준연 태원시아이앤디 부사장은 시니어타운 업계에서 입소자 모집 전문가로 통한다. 2008년 분당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복지주택 업계에 발을 들였다. 최근 부산 오시리아 라우어와 마곡 VL 르웨스트 등 주요 시니어 복합시설의 분양 마케팅을 총괄하며 시니어 주택 시장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시니어타운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12일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초기부터 입소자 모집률을 높이는 요인과 차별화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부사장은 “도심형 액티브 시니어타운과 전원형, 휴양형은 타깃 고객층과 니즈과 완전히 다른데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상품 기획부터 어그러지면, 되돌릴 수 없고 장기적인 운영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8월28일 개강하는 땅집고 노인복지주택 관리 및 운영 전문가 과정에서 부산 오시리아·마곡 VL르웨스트 분양 마케팅 사례 분석, 고개 확보 및 유치 전략에 대해 강의한다.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개설한 교육 과정으로 강의는 5주간 총 10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3시~5시며, 수강료는 12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시니어타운 공급이 부족하다고는 지적이 많은데 서울 등 수도권 시니어타운에서 입주자 모집이 부진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유가 무엇인가.
“애초에 시니어타운의 컨셉과 상품 기획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시니어타운 입주를 고민하는 분들은 투룸 이상을 선호한다. 30평대 아파트에서 살다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원룸이나 1.5룸은 너무 작다고 생각한다. 좁아서 선호하지 않는다. 기존 주택에 비해 시니어타운 입주할 때 다운사이징을 하지만 그래도 투룸 비중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원룸이나 1.5룸 비중이 워낙 높은 곳이 많다.”
-특히 초기부터 입소자 모집이 어렵던데.
“아파트는 선(先) 분양을 해도 입지와 가격만 보고 분양을 받으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시니어타운은 다르다. 짓고 있을 때, 즉 초기 분양 단계에서는 입소자를 모집하는게 상당히 어렵다. 실물이 없기 때문이다. 실물이 없으니 입소자들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확신을 갖기도 어렵다. 그래서 준공 후 실제 운영을 보고 계약하려는 이들이 많다.”
-수요자 니즈를 파악하고 상품 기획을 하지 않나.
“고가의 보증금을 내는 만큼 그에 걸맞은 서비스와 시설을 기대하는데, 운영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거나 커뮤니티 시설이 미흡하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또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상환 문제로 보증금을 높게 책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서비스 퀄리티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시니어타운은 입지, 서비스의 질, 의료기관 연계라는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 입주자 만족도를 높이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응급 상황에 대비한 의료 서비스 연계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운영상 어려움도 많이 겪던데.
“시행사가 직접 운영 주체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운영 철학이나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모집만 잘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입주자 만족도와 재계약률을 좌우하는 운영이 핵심이다. 운영사 신뢰도, 입주자 맞춤 서비스, 안정적인 의료 연계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기 마련이다.”
-준공 이후 마케팅 전략은 어떤 게 효과적인가
“준공 이후에는 실제 입주자 만족도를 통한 입소문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에 제시했던 청사진대로 운영을 잘하면 입주자 스스로가 지인들에게 추천하며 자연스럽게 입주율이 높아진다.”
-가장 수요가 많고 선호도가 높은 평형대는?
“투룸 구성이 가능한 전용 18~23평 정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시니어 주택 입주자는 2인 가구인 경우가 많다. 각자의 생활 공간을 확보하고, 짐이 많은 시니어들의 특성을 고려해 드레스룸을 확보할 수 있는 투룸이 가장 선호된다. 큰 평수는 보증금과 월 생활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2인 가구에 적합한 투룸 구성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고급 시니어타운이 아닌, 중저가 시니어타운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최고급 시니어타운이 아니라면 무엇보다 가격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그넘하우스나 시니어스타워의 경우 병원 운영 경험이 있는 곳이 많아 의료 케어에 대한 신뢰가 높다. 자체 간병인력을 확보하거나 의료기관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등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질 때 입주자 만족도를 높이고 장기 거주를 유도할 수 있다.”
-정부가 인구소멸지역에 한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인구소멸지역은 애초에 사업성이 낮기 때문에 민간 시행사들이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민간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용적률, 주차대수 완화 등의 혜택을 주고, 대신 준공 후 부실 운영에 대한 명확한 페널티와 정부의 관리 감독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PF 상환을 위해 허그(HUG) 등 공적 보증기관의 대출을 원활하게 해주고, 운영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당근과 채찍’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간의 모호한 역할 분담부터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