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공급대책
국공유지·노후청사에 3.5만가구 공급
공급효과 적고 재탕, 삼탕 대책
[땅집고] 수도권 국공유지 부지에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공공주택을 짓는 내용이 담긴 이재명 정부의 첫 공급대책이 지난 12일 발표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7차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년도 국유재산종합계획과 물납증권 가치 보호 방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구 총리는 “국유지 및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해 공공주택을 3만5000가구 이상 공급하겠다”며 “2035년까지 기계획된 2만가구를 계획보다 앞당겨 신속하게 공급하고 수도권의 역세권 유휴부지 등을 신규로 발굴해 1만5000가구 이상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공급안은 이미 20년 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발표되어 온 국공유지 공급 대책을 그대로 베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첫 공급 대책 발표부터 ‘재탕·삼탕’이란 설명이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기존 계획안에 있던 청년 임대 등 2만2000가구는 윤석열 정부, 및 그 이전 정부 등에서 계획한 것이고 이 계획을 승계, 조기화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아무리 국공유지라도 특정 부지는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20년 넘게 개발이 중단됐던 역사가 있어, 단기 공급은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또 부지별 공급 규모가 300가구 이하로 작고, 대부분이 임대물량이어서 업계선 “배고픈데 다이어트 약을 주는 격”이란 말도 나왔다.
◇국공유지, 노후 공공청사에 3만5000가구 공급…“20년 전 대책 다시 꺼내 들어”
구체적으로는 정부는 수도권에 용산유수지 300가구(신혼부부), 종로 복합청사 50가구(청년), 천안세관 50가구(청년), 대방군관사 복합개발 180가구(신혼부부) 등 2035년까지 이미 계획된 청년임대 등 공공주택 약 2만가구를 조기 공급한다. 성수동 경찰기마대부지, 광명세무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도심 유휴부지 등을 추가 발굴해 신규 공공주택 1만5000가구 이상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위탁개발기관을 지방공사(SH·GH)로 확대하고 개발 계획에 대한 사전 경제성 분석 및 지자체 협의 등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 같은 대책이 수도권 주택 공급난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예컨대 용산유수지에 공공주택 3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은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계획됐던 개발안이다. 2005년 용산 미군 기지 부지를 활용한 국립공원 조성 및 연계 개발 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이후 유수지 바로 옆에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결국 사업이 좌초하면서 영향을 받아 함께 지연됐다. 용산 미군 기지 이전도 당초보다 지연되어 주변 토지 활용 구상이 확정되지 못했고 시간만 흘렀다. 그러다 2022년 또 한번 정부가 유수지 개발계획을 승인했는데, 공급 가구수 대비 행정·이전 비용 등이 과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 이 당시 3기 신도시 등 다른 부지 개발이 더 우선적으로 진행되면서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린 측면도 있었다.
국유지는 통상 기재부, 국방부, 지자체 등 부처가 각각 따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 심의, 인허가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부지별 300가구 이하, 대부분 임대주택…“도심 공급난 해소 어렵다”
이재명 정부가 무슨 수로 이전 정부가 세운 똑같은 계획안을 조속히 실행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단 지적이다.
정부가 내세운 것은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수 관리주체 공동개발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부처·기관이 관리하는 인접 국유재산을 묶어 하나의 사업으로 통합 개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기재부가 관리하는 서울지방병무청 용지와 국방부 소속 해군 복지단·해군 재경대대·해군 호텔 용지를 통합 개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수 관리주체 공동개발 방식은 개별 부지의 사업성을 높이고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절차와 예산 문제로 지연된 사례가 적지 않아 이전 부지 확보와 예산 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속도전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대부분 물량이 임대주택이어서 도심에 부족한 아파트 공급 수요를 채우기 역부족”이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