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가 만난 사람- 여의도대교 정희선 재건축 조합장] (下)
시공사 선정 앞둔 여의도대교
평당 공사비 1120만원·성능요구서 화제
“신축의 새로운 기준 될 것”
[땅집고] “80쪽에 달하는 공동주택 성능요구서는 ‘적어도 새집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것이다.” (정희선 여의도 대교 재건축정비조합 조합장)
1975년 준공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 (☞단지정보 알아보기)는 현재 12층, 4개동 576가구에서 지하 5층~지상 최고 49층, 4개동 912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8월 중 여의도 재건축단지 중 처음으로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으며, 동시에 시공사 선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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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고, 9월 2일 입찰을 마감한다.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해 유찰 없이 진행된다면 2차례 합동설명회를 거쳐 10월 18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최종 결정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롯데건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종 입찰참여를 고심하고 있다.
정희선 여의도대교 재건축조합장은 땅집고와 인터뷰에서 “특정 건설사에 대한 편애나 편견은 없으며 조합으로서는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며 “설계를 완성하고 입주 이후까지 책임지는 파트너로서 조합원의 요구를 가장 잘 구현할 회사가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교는 시공사 입찰 조건이 화제가 됐다. 3.3㎡(1평)당 공사 예정가격은 1120만원이다. 여기에 80페이지에 달하는 공동주택 성능요구서를 통해 자재, 시공 방식, 품질 기준 등 시공 전 과정과 사후관리까지 기준을 정량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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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조합장은 “공사비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반영했다”며 “성능요구서의 경우 ‘적어도 새 집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희선 조합장과 일문일답.
-여의도 내 다수 단지들이 신탁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과 달리 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이유는 무엇인가.
“대교 역시 신탁 방식을 염두에 뒀었다. 2017년경에 KB부동산신탁이 설명회를 여는데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놨다. 단순히 신탁 방식 재건축이라서 인건비, 자잿값, 시공비가 낮아지는 게 아닌데, 그 부분을 제대로 공유해주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하면 소유주들의 자주적인 판단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합의 경우에는 집행부, 대의원회가 직접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데, 신탁 방식은 정비사업위원회에서 결정해도 신탁사의 결재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조합은 우리가 어떤 집을 만들건지에 대한 목표,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어떻게 최소화할지만 고민하면 된다. 신탁 방식으로는 회사의 이익을 높이는 문제도 추가되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충돌하는 지점이 생긴다.”
-곧 시공사를 선정할텐데 어떤 기준을 갖고 진행할 예정인가.
“특정 건설사에 대한 편견 혹은 편애는 없다. 조합 입장에서 경쟁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누가 어떤 아파트를 짓는 지보다는 어떤 사람과 어떤 마음으로 사업을 진행하는지가 중요하다. 설계를 완성하고 입주 이후까지 책임지는 파트너로서 조합원의 요구를 가장 잘 구현할 회사가 시공사로 선정돼야 한다.”
-입찰 조건 중 평당 1120만원의 공사비, 공동주택 성능요구서 등이 화제가 됐다.
“일단 공사비는 사업비를 적산한 결과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결국은 분담금과 연관된 것인데,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매도 먼저 맞겠다’는 심정으로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는데, 잘 이해해주셨다.
성능요구서의 경우 기존 서울시의 표준 요구서가 너무 부실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정비사업지의 성능요구서도 다르지 않았다. 10페이지 정도인데, 디테일이 부족했다. 보통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면 2년간은 하자보수를 하는데, 공사비가 8000억원에 가깝고 새로 지은 집이 이렇게 하자가 많은 게 맞을까라고 생각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용역을 발주해 4개월 동안 회의를 했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80쪽 분량으로 만들어 한국저작권협회에도 등록했다. ‘적어도 새 집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기준이 될 것이다. 다른 단지에도 가이드라인이 되길 바란다. 공사비 폭등을 우려했지만, 실제 영향을 2~3%밖에 없었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 관심을 보인 삼성물산과 롯데건설도 검토하도록 했다.“
-대교 재건축 완료까지 어떤 각오가 있나.
“지금까지 대교를 꼴등에서 1등으로 만든 것은 주변에서 ‘대교는 안 된다’는 시선 때문이었다.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똘똘 뭉쳐 이뤄냈다. 여의도 1등이라는 목표는 사업시행인가까지만 유효하다. 앞으로는 1등, 2등인지는 중요치 않다. 앞으로는 내실 있는 아파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