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골프는 비리 온상? 전두환 시절이냐" 구시대적 금지령에 불만 폭주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5.08.10 06:00

[땅집고] “옆 공무원이 골프를 친다고요? 제보하면 승진 가점 드립니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최근 전격적으로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발단은 익산시청 소속 5급 사무관이 정비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해당 공무원의 차량에서는 수천만원 현금다발이 발견됐다. 정 시장은 곧바로 4일 간부회의를 열고 “골프가 비리의 통로가 된다”며 전 직원을 상대로 ‘골프 금지’를 선언했다. 정 시장은 “업체와 골프를 치는 것이 로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범죄로도 발전한다”며 “비리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라도 골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 임기 동안 골프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예약된 골프 일정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땅집고] 정헌율 익산시장이 4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전 직원을 대상로 골프 특별 금지령을 내렸다./익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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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골프 금지령이 내려지자,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적인 골프 모임조차도 금지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시장 측은 골프 금지 방침을 어긴 직원을 제보할 경우 인사에서 가점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시 한 공무원은 “부정 청탁이나 금품 수수는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지만, 모든 골프 모임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며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은 시대에 맞지 않는 조치다”고 했다. “골프 금지는 전두환 정부 시절을 보는 듯 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공무원이 업체와 골프를 친 자리에서 부적절한 청탁이나 금품 수수가 이뤄지는 경우가 없진 않다. 하지만 문제는 ‘골프’라는 도구 자체가 범죄의 원인처럼 취급받는 것이다. 익산시는 이번 조치를 ‘일벌백계’로 삼아 내부 기강을 다잡겠다는 입장이지만, ‘도 넘은 간섭’이 오히려 조직 내 불신과 위축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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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반응도 엇갈린다. “공무원이 시민 세금으로 골프장 다니는 것 아니냐”며 정 시장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공무원도 당연히 골프 치고, 회식도 하고, 일과 삶을 균형 있게 산다”며 익산시의 조치를 시대착오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시민은 “골프금지령의 논리라면 비리를 막기 위해 식사, 술자리 접촉도 금지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리 관련 적발된 사례가 골프에서 비롯돼 부득이하게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며 “골프가 대중화됐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안 좋은 시선을 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청렴도 강화 측면에서 골프를 자제하라는 취지다”고 했다.

이번 정헌율 익산시장의 골프 금지령은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골프를 장려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도 비교된다. 홍 전 시장은 지난해 5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겠다며 5급 이하 대구시청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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