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중견 건설사 이수건설이 최근 3년간 누적 적자 1300억원을 떠안으며 자본총계가 자본금 아래로 떨어지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브랜드 인지도는 남아있지만 수익 구조가 무너졌고, 부채비율은 500%를 넘기며 부채가 자본의 5배를 넘어섰다. 주택경기 부진과 해외사업 손실, 계열사 실적 악화가 겹치며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수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422억원. 자본금(827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22년 50억원, 2023년 498억원, 2024년 749억원 등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만 1297억원에 달했다. 2023년 영업손실은 416억원, 2024년엔 635억원으로, 2년 연속 본업에서 100억원 단위 손실을 냈다.
매출도 같은 기간 5389억원에서 3722억원으로 30.9% 줄었고,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0% 급감했다.
◇핵심 수익원 ‘주택사업’ 사실상 중단…올해 분양 단지 ‘제로’
이수건설이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결정적 원인은 단순한 일시적 손실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익 구조가 무너진 데 있다. 해외 현장에서의 대손 발생, 수년간의 분양 가뭄, 건설 원가 상승, 부채 구조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20년 리비아·시에라리온 현장에서 미회수금이 쌓이면서 641억원 규모의 대손상각비가 한꺼번에 반영됐고, 같은 해 이수건설은 17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채비율이 1694%까지 치솟았다.
이후 자구책과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일시적으로 개선했지만, 본업의 수익 기반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브랜드 자산으로 평가되던 ‘브라운스톤’은 최근 수년간 신규 분양이 없었고, 올해 들어서는 분양 단지조차 없다.
핵심 수익원인 주택사업이 사실상 멈춘 상태에서 신규 수주도 둔화했다. 미청구공사는 1년 새 45.8% 줄어든 527억원, 매출채권은 634억원으로 35% 감소했다. 공사 현장도 줄고, 수금할 돈도 줄었다는 얘기다.
◇모회사 ‘이수화학’도 실적 악화…말라버린 자금줄
문제는 이수건설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모회사 이수화학마저 실적 악화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수화학은 2023년 560억원, 2024년 5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당기순손실도 2년 연속 3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수건설 지원을 위해 2021년부터 올해까지 18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이수화학의 자본총계는 2년 새 45% 넘게 줄며 현재는 결손금이 11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부채비율은 314%로 상승했고, 이수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력도 사실상 바닥이 났다.
◇업계, “신규 사업 없인 회생 가능성 제한적” 전망
한때 고급 주택 브랜드 ‘브라운스톤’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수건설이 부침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완판 신화’를 이어가며 고공행진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고꾸라졌다. 2년 6개월 만에 워크아웃 졸업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실적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특히 2018년 이후에는 국내외 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본격적인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재도약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업계에서는 이수건설이 단순한 유동성 악화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실패한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분양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브랜드는 유지했지만 실제 공급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리스크 관리도 부실했다. 외형 확대를 위한 무리한 해외 진출과 본업 이외 사업의 적자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실적이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선 수익성이 확실한 신규 사업이 가시화하지 않는 이상 회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시장에선 이수건설이 보유한 자산 매각이나 건설 외 사업부 정리 같은 급진적 조치 없이는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단기 사모채 발행도 지속하긴 어렵다”며 “지금은 외형보다 재무 중심의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수그룹 관계자는 “최근 LH가 발주한 고양창릉과 청주동남 사업지의 분양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추후 일정에 맞춰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