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재건축 꼴등 단지서 여의도 1등" 조합장이 밝힌 '연애편지' 전략

뉴스 이승우 기자
입력 2025.08.08 06:00

[땅집고가 만난 사람- 여의도대교 정희선 재건축 조합장] (上)
아자부다이힐스 설계 ‘헤더윅’과 협업
“연애편지에 가까운 이메일 직접 보냈다”

[땅집고] “일본 아자부다이힐스를 설계한 ‘헤더윅 스튜디오’에 설계를 맡기고 싶어서 직접 이메일까지 보냈어요. 설계 요청보다는 헤더윅을 향한 구애가 담긴 연애편지에 가까웠죠.” (정희선 여의도 대교 재건축정비조합 조합장)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 아파트 단지 모습./여의도대교 조합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 (☞단지정보 알아보기)는 1975년 준공한 아파트 단지다. 최고 12층, 4개동 576가구에서 지하 5층~지상 최고 49층, 4개동 912가구로 재건축 예정이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9호선과 신림선이 지나는 샛강역까지 각각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5분 거리 안에 여의도초, 여의도중, 여의도고, 여의도여고 등이 있다.

이 단지는 최근 특화설계 파트너로 일본 ‘아자부다이힐스’, 미국 구글 신사옥 ‘베이뷰캠퍼스’ 등을 디자인한 영국 런던의 ‘헤더윅 스튜디오’를 선정해 화제가 됐다. 헤더윅이 국내 주거시설 분야에 참여하는 첫 사례로, 단순 외관 디자인뿐 아니라 초고층 주거시설의 사용자 경험(UX)까지 전반적인 설계 과정을 맡는다.

정희선 여의도대교 재건축 조합장은 땅집고와 인터뷰에서 “작년 일본 여행 당시 아자부다이힐스 내 호텔에 묵었을 때 무조건 비싼 해외 자재를 쓴다고 고급화 설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설계 요청보다는 헤더윅에 대한 구애가 담긴 연애편지에 가까운 이메일을 직접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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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는 한때 ‘여의도 재건축 꼴등’이라는 오명을 썼다. 학교와 인접한 위치 탓에 고층 재건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 탓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의 수혜를 입어 ‘여의도 1등’ 타이틀을 얻었다. 2017년 안전진단 통과 후 2023년 2월 추진위원회 승인, 2024년 1월 조합설립 후 올해 8월 여의도 재건축 중 처음으로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정 조합장은 “신통기획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정책에 어떻게 맞춰나갈지 연구를 많이 했고, 조합원들의 호응도 있었다”며 “인근 단지에서 반발이 컸던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수용해 용적률 470%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땅집고]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총회에서 정희선 조합장이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향후 사업 일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


다음은 정희선 조합장과 일문일답.

-여의도의 재건축 단지 중 ‘꼴등’에서 ‘1등’이 됐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위치적으로는 여의도 주거 지역 중 가장 중심에 있지만, 그동안은 주변에 학교도 많아서 재건축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원래 한강뷰 재건축이 불가능했는데, 신속통합기획 등의 수혜로 가능해졌다. 신통기획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정책에 어떻게 맞춰나갈지 연구를 많이 했고, 조합원들의 호응도 있었다. 특히 사업시행인가 총회에서는 해당 안건에 99%가 찬성했다.

최대한 솔직하게 공유하려고 했다. 신통기획이 통합심의를 통해 속도를 높이긴 하지만, 1~3차 자문 과정에서 주민들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매번 50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추진위 설립, 조합설립, 설계업체와 정비업체 선정하는 두세차례 총회 자리에서 최대한 자문 내용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사이에 길 하나 두고 있는 시범이 데이케어센터 때문에 1년 넘게 서울시와 갈등이 있었는데, 대교도 고민이 많았다. 서울시에서는 최초가 되는 일인데, 어떤 반응이 올지 예측할 수 없었다. 결국 작년 여름에 설명회를 개최해 데이케어센터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설치하기로 해서 용적률도 470%까지 받을 수 있었다. 1차 자문을 받을 때 용적률을 440%을 받았는데, 데이케어센터를 받은 덕분에 470%까지 올릴 수 있었다.”

-최근 화제가 된 헤더윅 스튜디오와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작년에 어머니를 모시고 일본 여행을 갔는데, 숙소를 아자부다이힐스에 있는 호텔로 잡았다. 단지 설계에 대해 관심이 많던 차에 3일간 둘러보기로 했다. 아자부다이힐스에서 고층 빌딩의 삭막함이 느껴지지 않고 조경, 공간에서 인간미가 느껴졌다. 무조건 비싼 해외 자재를 쓴다고 고급화 설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수소문해도 헤더윅과 접점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설계 요청보다는 아자부다이힐스에 대한 감상, 헤더윅에 대한 구애가 담긴 연애편지에 가까웠다. 헤더윅 측에서도 회사의 철학과 조합이 바라는 부분이 일치한다고 호응해줬다.

헤더윅에서는 재건축할 때 대안설계를 허용하지 않고 풀커버로 진행하겠다는 철학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150억~200억원가량 비용이 발생하는데, 조합원들에게 가구당 최대 1600만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에 참여하고 총회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설득 끝에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렇게 1년 2개월 정도 걸려서 올해 7월 19일 총회에서 헤더윅을 설계사로 선정했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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