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여파 ‘전세대란’ 현실화 조짐
한달간 전세 매물 감소·가격 상승·월세화 가속
[땅집고] 총 단지 규모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래미안’(1696가구)은 최근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규모가 크고 인근 학교, 기반 시설이 갖춰져 거주 환경이 우수하고 매매가격 대비 절반 정도의 가격에 전세로 거주할 수 있어 실거주 수요자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는 단지였다. 그러나 지난 6월 27일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로 전세 매물이 귀해졌다.
이곳뿐 아니라 송파구 장지동 ‘송파더센트레’(1305가구), 중랑구 신내동 ‘신내우디안1단지’(1402가구),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SK뷰’(1305가구), 도봉구 쌍문동 ‘삼익세라믹’(1541가구) 등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
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2865건으로 정부가 대출규제 대책을 발표한 지난 6월 27일 2만4855건 대비 8%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는 2만4772건에서 2만1830건으로, 인천은 5164건에서 4701건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전체를 옥죄는 6·27 대책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기간을 30년으로 제한하고, 매수 후 6개월 이내 전입하도록 해 전세를 낀 ‘갭투자’가 불가능해졌다. 또 다주택자들은 주담대가 막혔다.
이뿐 아니라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임대인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불가능하고,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90%에서 80%로 내리며 정책대출 한도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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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발표 후 한달 동안 부동산시장 양상은 전세 매물 감소, 가격 상승 등 전세대란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4주차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역세권, 대단지 등 정주여건 양호한 단지 중심으로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며 서울 전체 상승폭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최근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세퇴거자금 대출이 1억원 이하로 막히면서 시장에 나올 예정이던 매물 상당수가 묶여있게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한달간 서울에서 체결된 전·월세 거래 1만5894건 가운데 41.1%에 해당하는 6531건이 갱신 계약이었다. 6월의 38.4%(2만885건 중 8025건)보다 비중이 커졌다.
◇월세 전환 빠르게 늘어
전세 갱신 과정에서 월세, 반전세로 전환한 사례도 늘었다. 6531건의 갱신 계약 중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바뀐 계약은 326건(4.99%)이었다. 6월에는 8025건 중 328건(4.08%)보다 역시 비중이 커졌다.
서울은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입주 물량에도 꾸준히 전세 매물이 감소해왔는데, 6·27대책 여파까지 겹쳐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은 2024년 11월 말 기준 3만3000여건, 올해 1월 말 3만여건, 3월 2만8000여건, 5월 2만6000여건 등 감소 추세에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2024년 11월 입주),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2025년 1월 입주),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3307가구·2025년 6월 입주),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1806가구·2025년 6월 입주) 등이 입주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 ‘삼토시’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대단지 입주가 있었음에도 전세 매물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전세가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목”이라며 “서울 전세가에는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입주 물량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2026년에는 입주 물량이 크게 감소해 가격 상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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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은 과도한 공포 주장도
이재명 정부에서도 문재인정부 처럼 전세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금리가 하락하고 전셋값을 잡기 위해 전세계약기간을 2년에서 사실상 4년으로 늘리면서 전세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대란이 벌어졌다. 서울의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반기부터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결국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을 주장해온 이른바 ‘하락론자’들은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공포심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대책 발표 후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이미 전세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수하든 안 하든 시장에 전세 물량은 변동이 없다”며 “일시적으로 대출이 줄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집값이 안정되면 전세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명 ‘폭락론’을 펼쳤던 유튜버 ‘라이트하우스’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역대 매매가격이 내려가는데 전세가격이 오르는 것은 2008년에서 2013년 하락기 때뿐”이라며 “불안감을 조장해 매매가격을 올리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출 규제 이후 전세자금반환대출이 93% 줄어들었는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