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하우징 멘토를 만나다] 이선엽 케어오퍼레이션 부대표 “계약·규칙 없으면 직원도 입주민도 모두 힘들어져”
[땅집고] 시니어 주거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입소 계약서’를 꼼꼼히 따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니어를 위한 노인복지주택이 늘면서, 계약상 사소한 조항 하나가 입주자 갈등이나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선엽 케어오퍼레이션 부대표는 서울 광진구의 고급 실버주택 더클래식500의 회원관리·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케어오퍼레이션에서 부대표를 맡고 있다. 입소 계약부터 갈등 중재, 시설 운영 규칙 수립까지 10여년간의 실무 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이 부대표는 4일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노후를 편하게 보내려는 선택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며 “계약서 조항 하나로 입소자의 삶의 질이 바뀌고 시니어하우징 운영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 부대표는 8월28일 개강하는 땅집고 노인복지주택 관리 및 운영 전문가 과정에서 ‘입소 계약서로 보는 운영 리스크 관리’에 대해 강연한다. 노인복지주택 계약관리 및 정책, 입주자 커뮤니티 운영 관리 방안, 공동생활 규칙 주요 위반 사례 등에 대해 알려준다.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노인복지주택 관리 및 운영 전문가과정(1기)’을 8월 개강한다.
강의는 5주간 총 10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3시~5시며, 수강료는 12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 부대표와 입소자·보호자와의 갈등 예방을 위한 계약 전략을 사례로 풀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래 답변은 일반적인 계약 조항에 따른 것으로 각 노인복지주택 별로 상이할 수 있다.
-부부가 입소했는데 한 분이 먼저 돌아가셨다. 그 자리를 자매나 재혼 부부로 입소할 경우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인가, 신규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인가.
“일반적으로는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본다. 왜냐면 노인복지주택 운영자는 특정 2인을 대상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이용자 별로 건강, 식사 등이 제각각이다. 요즘은 한 분이 나가고 자매 입소나 재혼 부부 입소도 늘고 있어서, 계약상 세대 구성이 바뀔 경우를 미리 조항으로 담아야 한다.”
-“나는 청소 서비스를 안 받겠다, 비용 깎아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어떡하나.
“실제로 종종 접수되는 민원 사례다. 하지만 청소·식사·간호 등의 공동서비스는 가격을 n분의 1로 나눠서 유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임의 조정이 불가하다. 세대 내 청소를 주 2회에서 1회로 줄이면서 할인해달라는 요구는 결국 전체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린다. 운영자는 계약서에 ‘공동서비스의 운영 유지 의무’에 대해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민원 대응이 가능하다.”
-불교나 기독교, 천주고 종교 갈등도 빈번하다던데.
“다목적실을 절대 특정 종교나 동호회 이름으로 지으면 안 된다. 그러면 그 분들만 쓴다. 그래서 명칭은 다목적실이 제일 좋다. 다목적실 하나 가지고 종교 단체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한 특정 종교 단체가 매주 점유해 쓰고, 헌금도 걷고 공간도 꾸미면 다른 입소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운영 규칙상 특정 명칭을 붙이거나 특정 단체가 독점하는 걸 막아야 한다. 종교뿐 아니라 독서 토론회나 서예 모임 등도 똑같이 룰을 따라야 한다. 시설 운영위원회에서 중립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신원보증인은 꼭 한 명만 지정해야 하나?
“보통 자녀 중 한 명이 보증인이 되는데, 간혹 두 자녀가 공동 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언뜻 보면 책임이 분산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문제가 생기면 더 복잡해진다.”
-실제 사례가 있나?
“입소자 부친이 사망하면서 보증금 반환 절차가 시작됐는데, 처음엔 두 아들이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상속 문제와 함께 ‘누가 더 많이 돌봤냐’, ‘보증금을 누가 받을 자격이 있느냐’를 두고 다툼이 생겼다. 결국 양쪽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펴면서 직원도 중간에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 결국 시설 운영자는 ‘누가 맞는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서류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입소 전부터 이 원칙을 안내하고 동의받는 게 필수다.”
-결국 계약서에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원칙이 없으면 분쟁은 100% 생기고, 결국 운영이 무너진다. 목소리 큰 입소자 위주로 운영되면 직원도 입소자도 다 힘들어진다. 정작 조용히 살고 싶은 다수 입소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거긴 직원이 아무것도 못 해’, ‘관리가 형편없다’ 이런 말이 돌면 입소율에도 영향이 온다. 시니어하우징은 서비스 사업이기 때문에 운영자의 명확한 룰 세팅과 계약 관리가 ‘사업의 생명’과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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