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 최고의 평양냉면 맛집으로 꼽히는 서울 ‘우래옥’이 돌연 8월 한달 휴업에 들어가면서 냉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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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냉면은 여름철 서민들의 단골 음식으로 비교적 저렴한 별미였다. 그런 가운데 냉면 가격 인상 경쟁을 주도했던 곳이 우래옥이다. 서울 평균 냉면 가격이 8000원이던 2014년에 우래옥은 당시 최고가인 1만2000원을 받았다. “황금으로 면을 뽑냐”는 비판까지 나왔지만, 여름철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할 정도로 대기행렬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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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에 문을 연 서북관에서 출발한 우래옥은 1953년 서울 중구에 재개업했다. 최고(最古)의 냉면집으로 꼽히는 우래옥은 조선일보가 2024년 음식평론가에게 의뢰한 ‘베스트 평양냉면집’ 1위에 올랐다. 한동안 여름철만 되면 우래옥은 냉면 가격 논쟁을 초래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맛은 최고라는 평가였다.
휴업에 들어간 우래옥의 냉면가격은 현재 1만6000원. 서울 평균 냉면가격 가격은 1만2115원이다.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2022년 4월 1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3년 6월 1만1000원, 지난해 12월 1만2000원 선을 각각 처음 넘었다.
하지만 우래옥은 더이상 평양냉면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비판을 받지는 않는다. 이미 ‘을밀대’, ‘을지면옥’, ‘봉피양’, ‘평양면옥’, ‘능라도’ 등 유명 냉면 맛집의 가격도 1만5000원~1만6000원 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흥 맛집들이 우래옥 등 전통의 맛집보다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남대문의 ‘서령’이 1만7000원, 광화문의 ‘능라밥상’이 1만8000원을 받는다. 후발주자인 서령은 밀가루나 전분을 섞지 않고, 100% 메밀로만 반죽한 ‘순메밀면’, 들기름 등을 활용한 새로운 맛의 냉면을 유기 사발에 담아 내는 맛집으로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 능라밥상은 이북식 전통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로 메밀만 사용한 면이 특징이다. 을밀대의 회냉면 가격이 이미 2만원을 돌파한 만큼, 조만간 냉면값 2만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른바 ‘면플레이션’ (麪+Inflation)이 일상화된 것은 메밀·돼지고기·배추·무 같은 식자재 가격은 물론 인건비와 전기 요금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요식업계의 설명이다. 냉면뿐만 아니라 콩국수도 1만6000원(중구 진주회관)까지 올랐다. 여름철 만원의 행복, 서민들의 별미라던 냉면이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고급음식이 됐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