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매매 집중 기도해 드립니다. 아파트는 7일에 130만원, 상가는 10일에 150만원.”
최근 무속업계에서 무속인마다 부동산과 관련한 기도 상품을 내놓고 있어 화제다. 상품명은 일명 ‘매매 집중 기도’. 아파트를 비롯해 상가, 건물, 토지 등 부동산을 원하는 시기 및 금액에 매도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무속인들이 이를 겨냥해 내놓은 새로운 종교 상품(?)인 셈이다.
금액은 무속인마다 제시하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사주와 타로를 전문으로 한다고 밝힌 한 30대 무속인은 아파트 매매 집중 기도 금액으로 7일에 130만원을 받고 있다. 본인인 직접 삼각산에 올라 삼천사에서 3일, 옥천암에서 3일 기도한 뒤 인왕산과 지리산에서 각각 하루씩 기도해준다는 명목이다. 이 무속인은 상가 매매 기도로는 10일에 150만원, 건물·땅 매매 기도로는 250만원을 받는다.
충북 청주시에서 ‘애기점집’을 운영하는 한 무속인은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틱톡’에 기도터를 찾아 아파트 매매 기도를 올리는 콘텐츠를 게시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돌 여러 개를 성인 허리만끔 쌓아올린 기도터 위에 막걸리 등 주류를 올려놓은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기도 매매를 원하는 수요자들 반응도 눈에 띈다. 이 영상을 접한 한 사용자는 댓글에 “선생님, 경북 쪽엔 매매 잘 되는 기도 터가 없을까요? 집 매매가 안돼서 너무 답답하네요”라는 질문을 게시해뒀다. 여기에 무속인은 “경북엔 일월산 장군당, 팔공산 기생바위가 매매에 좋은데 무속인이 다니는 굿당이라서 일반인은 안 가시는 게 좋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2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약 3년 동안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지역을 제외하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였던 만큼 매매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 같은 매매 기도 상품이 등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이재명 정부가 6·27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앞으로는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무속인들이 부동산을 처분하고 싶은 수요자들의 마음을 겨냥해 매매 기도라는 신박한 상품을 고안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수백억원을 들여 기도를 부탁하더라도 실제로 부동산이 잘 팔리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고, 부동산 경기 상황이나 정부 대책 등이 거래 활성화에 더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