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주비 15억→0원' 대출 규제에 이사 막힌 재건축 조합원 날벼락

뉴스 김혜주 기자
입력 2025.07.26 06:00

[땅집고] "6·27 대출 규제 전에는 사람들이 계속 호가를 올렸어요. 그래도 거래가 되니까. 대출을 최대로 받고 사신 분들은 이주비 대출 받아서 상환하려고 했는데 막혀 버렸으니…"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지난달 발표된 ‘6·27 대출 규제’로 거센 충격에 휩싸였다. 그간 가구당 15억~20억원 안팎의 이주비를 받아온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나 한남뉴타운 등 대형 재개발 사업장도 일괄적으로 대출 한도 6억원 제한을 받게 되면서, 조합원들은 전세 보증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사를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자금 계획이 틀어지며 이사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땅집고] 서울시 용산구 한남뉴타운 전경./조선DB


이주비 대출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이 기존 주택을 비우고 공사 기간 동안 임시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자금이다. 보통 조합원 주택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대출이 실행되며, 이를 통해 조합원은 전세 계약 체결이나 기존 대출 상환, 세입자 보증금 정산 등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출 규제 이후 무주택자는 6억원 한도로, 다주택자는 아예 이주비 대출이 불가능해져 수많은 조합원들이 자력으로 수억원의 현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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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시 내에서 사업시행 인가를 마치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총 53곳, 약 4만8000가구에 달한다. 이 중 용산구 한남2구역은 이달 중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목표로 속도를 내던 중이었다. 하지만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자금계획이 틀어지자 조합은 긴급 총회를 소집해 이주비 조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남2구역의 경우 투자 목적으로 들어온 다주택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실거주자가 아닌 조합원들은 세입자와 얽힌 경우도 많아 혼란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상태라 추가 이주비 지원에 대한 조율도 쉽지 않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로 이주비를 받아 기존 부채를 갚을 계획이었던 조합원이 많다”며 “감정가 기준 150%까지 이주비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6억원 상한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인허가 절차나 이주 일정을 미루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바로 옆 한남3구역은 이미 이주를 마치고 철거가 진행 중이어서, 2구역이 뒤처질 경우 생활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런 대출 규제 폭탄에 이주를 앞둔 다른 재개발 조합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오는 8월 관리처분인가를 계획했던 개포주공5단지에선 시세보다 5억 떨어진 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개포6·7단지, 노량진1구역 등도 이주비 조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대출규제로 조합원이 기본 이주비 대출로 감당이 안 되면 건설사들의 추가이주비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재개발·재건축은 이주비 대출만 수조원에 이르는 데다 건설사도 이주비 대출을 위해 연 6% 안팎의 사업비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대 15억원까지 이주비 대출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6억원의 상한이 적용돼 시공사가 9억원을 추가 이주비로 제공해야 한다. 약 2000가구 규모라면 시공사가 2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주비 문제로 이주가 늦어지면 사업 속도 역시 지연돼 조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급작스러운 대출 제한 조치는 도시정비사업 전반의 사업성과 시기를 뒤흔드는 변수로 떠올랐다. 이주비 대출 규제 정책을 풀어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이번 대책이 도심 정비사업의 위축과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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