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4기 신도시 빼고 공급”
재개발·재건축 탄력 받나
업계 “전세난 감안한 공급 대책 필요”
[땅집고]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가 4기 신도시 등 새로운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춘석 국정위 경제1분과장은 경제1분과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토교통부에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수도권 주위에 신도시 만들거나 이런 대책들은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의 말씀을 드렸다”며 “10년 뒤에야 결과가 나올 정책을 지금 당장의 부동산 대책이라고 내놓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4기 신도시 건설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부동산 공약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불 붙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정책 기조를 통째로 바꾸고 새 판을 짜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또다른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으로 전세 시장이 불안하단 전망이 나오는데, 재건축 촉진으로 멸실과 이주 가구가 늘어나면 수도권 전세시장도 불장이 될 것이란 우려가 짙다.
☞ 손품, 발품 다 팔아도 없던 내 맞춤 아파트 여기에 다 있네!
■ 매매가격 따라 전세금도 불안…전세시장 아우르는 공급 대책 필요
최근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급격하게 치솟아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 45.2%까지 크게 하락했다. 매매가격에 자기자본을 근간으로 한 투자 수요가 많아 전세와 같은 실수요를 크게 웃돈다는 의미다.
서울 전체 전세가율은 45.2%까지 낮아졌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전세가율은 37.1%로 집계됐다. 송파구와 강남구도 각각 38.4%, 39.1%로 30%대 수치를 보였다. 그밖에도 용산구 40.9%, 양천구 44.2%, 영등포구 45.6% , 강동구 46.3%,성동구 46.4% 등도 전세금이 매매가격의 절반에 못 미쳤다.
당장은 매매가격만 치솟는 모습이지만, 향후 매매가격을 따라 전세 보증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고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 보증금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전세가율이 낮은 경우는 집주인이 월세 전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건축 활성화로 이주하는 가구까지 더해지면 전세난이 수도권 전체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 “3기 신도시 용적률 높이고, 지역 선별해 재정비 사업 인센티브 제공해야”
업계에선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위주의 공급을 하는 것은 속도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바람직하지만, 그만큼 인허가 속도를 높일 방안과 규제 완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4기 신도시처럼 추가적인 택지 지구 지정을 통해 토지보상을 거쳐 공급하는 것보다는 이미 토지 보상이 완료된 3기 신도시에 용적률을 높여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3기 신도시 중에서도 고양 창릉이나 하남 교산처럼 수요가 높은 곳에 용적률을 높여 중점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며 “3기 신도시를 집중 개발할 경우 이재명 정부 임기 후반 쯤이면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심 소장은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해 용적률을 높이고 공사비와 관련한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협조하는 것이 공급 속도를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며 “3기 신도시 입주와 맞물리게 해서 수도권 전세난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재정비 사업을 촉진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서울 핵심지는 가격이 더 자극을 받을 영향이 있다”며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무조건 규제 완화를 하는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촉진할 것 같지도 않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도 재건축이 어려운 외곽지역, 또는 경기도부터 수주하는 건설사에 인센티브 등을 주는 방식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