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반적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도 시니어타운(노인복지주택) 시장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시공사가 연대 보증을 하거나 대출금 일부를 분양 이후에 차주에게 지급하는 조건이라면 PF 대출이 가능합니다.” (금융업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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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시장 고사 위기로 전국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시니어타운을 짓겠다는 기업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아무리 전망이 밝은 사업이라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금융권 입장에서는 브릿지론, PF 등 대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VL라우어’로 잘 알려진 ’오시리아 메디타운’사업은 최근 업계가 주목하는 사례로 꼽힌다. 부동산 호황기 시절 PF를 진행했지만, 낯선 주거 형태라는 점에서 금융권이 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시리아 메디타운’은 시행사 ‘썬시티’가 주도한 개발 대규모 복합 개발사업이다. 메디타운 용지(미8) 6만1031 ㎡(1만8462평)에 걸쳐 임대형 노인복지주택 VL라우어와 너싱홈, 한방병원, 쇼핑몰 등을 지었다. 지하 4층~최고 18층, 총 7개 동, 944호실 규모다. 전 건물에 불을 켠 모습은 웅장함을 자아낸다.
■ NH투자증권 ‘시공사 연대보증’ 조건 건 이유
썬시티는 하이투자증권과 제세의료재단 등이 출자한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SPC)다. 하이투자증권은 2021년 10월 ‘부산 오시리아 메디타운’ 개발 사업을 위해 2750억원을 PF자금으로 조달했다. PF대출은 해당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을 담보로 한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금융기관이 대출을 승인한다.
NH투자증권은 PF 대출 승인 당시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 측에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으나, 시니어타운이 분양 수익을 거둘 수 없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 보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했던 셈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초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지 않아서 오시리아 메디타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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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타운 사업자, 임대 수익 따져야 한다
이는 노인복지주택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우선 시니어타운 개발은 공동주택 사업보다 이익이 절반가량 적다. 현행법상 노인복지주택은 임대형만 가능하다. 인근 매매가를 토대로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아파트·오피스텔과 달리, 전세가에 준해 가격을 정한다.
VL라우어는 전용 47~180㎡ 총 574가구다. 보증금 시세는 전용 47㎡ 3억원, 59㎡ 3억8800만~4억7800만원 선이다. 전용 85㎡는 5억6710만~6억5710만원이다. 100% 완판 기준 총 임대수익은 3570억원으로 추산한다.
노인복지주택은 아파트(30가구 이상)와 달리, HUG 분양보증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다. 분양 대금이 아닌 전세 보증금을 계약금과 중도금과 잔금에 나눠 받아서다. 분양보증은 시행사나 시공사 부도로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HUG 주도로 사업을 이어가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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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르익어가는 시니어타운 개발, ‘부동산 경기 침체 먹구름’ 피해갈까
업계에서는 시니어타운 개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시공사 연대보증 등 금융권이 요구하는 PF 대출 조건이 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은 PF 대출을 내주면서 ‘분양 계약금이 들어오면 공사비를 더 주겠다’ 등의 조건을 붙인다”고 했다. 과거에는 공사비 1000억원을 한 번에 지급했다면, 최근에는 500억원을 먼저 받고 분양계약이 이뤄진 뒤500억원을 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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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니어타운은 수요 대비 공급이 너무 적어 개발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전에는 조건부 PF 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대형 건설사의 시니어타운 사업 참여가 이어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고령화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재무 구조가 탄탄한 시공사의 연대 보증을 요구하고, 시공사가 수요가 높은 초고령화 관련 사업을 신사업으로 삼는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신용등급 A- 이상 1군 시공사나 공사비가 낮고 모기업이 탄탄한 2군 건설사가 연대보증기관으로 참여해야 PF대출을 검토한다”고 했다. 이어 “이미 서울 은평구 진관동 등 수도권 시니어타운 사업에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더욱 심화한다고 본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땅집고가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5기)’을 6월 개강한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2회를 포함해 총 16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