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당기순이익 -11억, 영업이익 87% 급감
블루보틀, 한국 커피시장서 밀려나
[땅집고] 성수동에 한국 첫 매장을 오픈하며 젊은층을 끌어들였던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한국에 진출한지 7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한국이 글로벌 커피 브랜드 격전지가 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탓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11억원을 돌파하면서 처음으로 손실 전환하고, 현금성 자산은 190만원에 불과해 자본잠식을 코 앞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 ‘커피업계 애플’ 찬양받던 블루보틀, 현금 단돈 190만원 남은 깡통 기업됐다
블루보틀은 ‘커피업계의 애플’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지침상 한 번에 6파운드(2.72kg) 원두만을 볶아내며 48시간 안에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만을 판매하는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의 장인 정신 때문에 붙은 말이다. 원두에 따라 커피 한 잔에 평균 7000~8000원에서 최고 1만원 이상으로 비싼 편이지만, 이런 특색에 힘입어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5평짜리 차고에서 시작한 블루보틀은 현재 굵직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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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이 국내에 진출한 건 2019년이다. 당시 유명 브랜드마다 강남이나 홍대·명동에 첫 매장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른바 ‘힙스터의 성지’라고 꼽히는 서울 성수동 상권에 1호점 매장을 내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오픈과 동시에 블루보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수십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다졌고, 부동산 시장에선 핵심 임차인 자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한국에 진출한 지 7년째인 현재 블루보틀은 자본잠식을 코 앞에 둔 상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루보틀커피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으로 311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인 2023년 26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7%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억4598만원에서 2억4807만원으로 87%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3년 7억6549만원에서 지난해 -11억3261만원으로 손실 전환했다. 한 마디로 블루보틀이 국내에서 매장 운영을 지속할수록 적자가 불어나는 구조로 돌아섰단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90만원에 불과해 거의 바닥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스페셜티 커피라 원가율 너무 높아…국내 커피 시장 경쟁 포화기도
블루보틀이 실적 부진이 시달리게 된 이유가 뭘까. 매장을 17개까지 늘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지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특성상 재료 원가 비중이 높아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구조인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 312억여원 중 매출원가가 114억원 정도로 거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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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이 국내에서 직영 운영 방식을 고집하는 바람에 인건비와 임차료 지출이 만만치 않은 것도 수익성을 악화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지출한 인건비만 약 83억원, 임차료는 29억원에 달한다. 더군다나 블루보틀이 매년 미국·일본·홍콩 등 특수관계자에게 원두 매입비나 로열티 명목으로 수수료 수십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지급한 수수료만 29억2000만원 정도로 기록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커피 시장에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여럿 진출하면서 블루보틀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12월에는 캐나다 국민 커피 브랜드로 유명한 ‘팀홀튼’이 서울 강남 신논현역점을 시작으로 현재 1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커피계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모로코의 헤리티지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가 첫 해외 진출지로 한국을 선택하면서 주목받았다.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를 시작으로 현재 강남·명동·잠실까지 매장이 총 4곳이다.
한 상권 전문가는 “한국은 지금 글로벌 커피 격전지가 됐다”면서 “메가커피나 빽다방같은 저가 커피부터 시작해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 바샤·인텔리젠시아 등 고가 커피까지 줄줄이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뚜렷한 수익 구조가 없는 블루보틀이 불리한 싸움”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