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 언박싱] “‘사랑으로’ 너무 촌스러워” 외면받는 부영 아파트 브랜드

[땅집고] 최근 전국 곳곳에서 부영주택이 건설한 아파트마다 단지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개인이 고향인 전남 순천시 주민들에게 최대 1억원을 지급하고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을 건네면서 ‘기부왕’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부영이 보유한 아파트 브랜드 ‘사랑으로’와 ‘부영’은 세련된 이미지와 다소 동떨어졌다는 인식이 강해 소비자들이 이른바 ‘부영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너무 촌스러워”…아파트 이름에서 ‘부영 지우기’ 나선 소비자들

경기 남부권 최대 규모 신도시인 동탄신도시에서 호수공원을 끼고 있어 조망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총 706가구 규모 ‘더 레이크시티 부영 3단지'.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입주자 80% 이상의 동의로 단지명을 ‘동탄더레이크팰리스’로 변경했다. ‘동탄 더샵 레이크 에듀타운’이나 ‘하우스디 더 레이크’ 등 인근 단지들과 비교하면 아파트 이름에 적혀 있는 ‘부영’이 주는 이미지가 다소 고루하고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주민들 불만이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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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크시티 부영’은 1단지부터 6단지까지 총 4633가구 규모에 달하는 동탄신도시 일대 대규모 부영 타운이다. 현재는 3단지만 아파트 이름을 변경한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나머지 5곳도 단지명에서 부영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파트 이름에서 부영을 지우는 사례는 과거부터 쭉 있어왔다. 같은 동탄신도시에선 2017년 입주한 '동탄 청계숲 사랑으로부영'이 '동탄역 더힐'로, '동탄 에듀밸리 사랑으로부영'은 '동탄역 포레너스'로 각각 단지명을 변경했다.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에선 2015년 입주한 '위례 부영사랑으로'가 '위례더힐55'로 개명했다.

심지어 2015년에는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이 단지명 및 아파트 외벽에 부영 이름이나 로고를 적용하는 것을 거부하겠다며 집회를 계획한 적도 있다. 이 단지 입주예정자 A씨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주자들 사이에서 ‘부영 사랑으로’ 브랜드를 반드시 빼자는 목소리가 높고, 로고에 들어가는 원앙 그림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면서 “요즘은 공공분양이나 임대 아파트도 세련된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데 부영 아파트만 유독 시대에 맞지 않는 브랜드를 고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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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기부 이중근 회장…원앙새 로고, 사랑으로 브랜드 고집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주자들이 부영의 아파트 브랜드를 거부하는 이유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지명이 아파트 가격과 무관치 않다는 인식이 강해서라고 분석한다.

이 점을 겨냥해 건설사마다 자사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힘쓰고, 분양 단지마다 입주자들의 선호를 겨냥한 ‘펫네임’을 짓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GS건설의 경우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 때문에 ‘자이’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자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금호건설은 기존에 활용하던 ‘리첸시아’·’어울림’을 대체하는 새 브랜드 ‘아테라’를 선보였고,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 SK에코플랜트는 ‘드파인’을 런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영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은 브랜드를 고집하고 재정비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시장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부영그룹 구조상 이중근 회장의 고집 때문에 지금 당장 브랜드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이 가족이 사는 집 로고로는 화목을 의미하는 원앙새가 안성맞춤이고, 브랜드는 순 우리말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마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중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영의 행보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도 “부영이 서울 용산, 성수동 등 핵심 지역에 알짜 부동산을 보유해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덕분에 이런 ‘배짱 장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