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평 베어스타운 운영중단후 포천 관광객 급감
[땅집고] 한때 수도권 최대 종합레저타운으로 불리며 겨울이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았던 경기 포천시의 이랜드 베어스타운이 사실상 유령시설로 전락했다. 스키장, 콘도,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대형 복합시설로 명성을 떨쳤던 이곳은 2022년 리프트 역주행 사고 이후 장기간 휴업 상태에 빠졌고, 이로 인해 인근 상권도 몰락한 상태다.
1985년 12월 개장한 베어스타운은 전체 면적 71만6000㎡, 10개 슬로프를 갖춘 수도권 대표 스키장으로, 특히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스키장으로 각광받았다. 2014년에는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파크가 예지실업으로부터 50%의 지분을 인수했고, 2019년 나머지 지분까지 확보하며 그룹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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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후화된 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과 적자 누적 속에 결국 2022년 1월, 상급자 코스에서 발생한 리프트 역주행 사고가 결정타가 됐다. 다수의 이용객이 점프해 탈출하는 위험한 장면이 영상으로 퍼지면서 '공포의 리프트 사고'로 불리게 됐고, 그해 10월 베어스타운은 조기 폐장을 결정하며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 이랜드 베어스타운은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채, 정문 앞의 상가들마저 불이 꺼져 있다. 임대문의 현수막은 빛이 바랬고, 북극곰 조각상만 과거의 번영을 기억하듯 홀로 서 있다.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정문 앞 4층 상가의 매매가는 13억원, 대로변 1층 상가는 7억5000만원 수준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매수 희망자는 찾기 어렵다.
이랜드파크는 아직까지 영업 재개 일정이나 활용 방안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부터 매년 20억~3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지속되던 상황이었다"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재무적으로도 이랜드파크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영업이익은 2022년 흑자 전환했지만 규모가 작고, 당기순이익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자회사인 이랜드테마파크제주의 애월 문화단지 사업도 지난해 공사가 중단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근 상권은 이미 무너져내렸다. 주변 20여 개 스키 대여점은 줄폐업 중이고, 음식점들도 문을 닫거나 공실로 방치돼 있다. 도로변에는 쓰레기와 건축 자재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2021년 겨울 시즌만 해도 포천시 전체 관광객 수는 30만명에 달했지만, 휴업 이후 관광객은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상인은 “예전엔 돈을 갈퀴로 긁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사가 잘 됐지만, 지금은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며 “이미 스키장 시설은 너무 노후돼 빠른 시일 내에 재개장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후 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적설량이 감소하고, 인공 눈으로 슬로프를 유지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키 인구의 자연 감소, 젊은 층의 레저 소비 다변화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1~2012년 겨울 시즌 전국 스키장 이용객은 686만명이었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며 146만명까지 급감했다. 이후 일부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업계는 스키 산업의 구조적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새겨진 이랜드 베어스타운. 과연 이곳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영원히 폐허로 남게 될까./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