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하며 실적을 회복했지만, 우발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9.7% 증가한 1조549억원, 당기순이익은 6960억원으로 전년대비 18% 증가했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도 함께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은 8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 6조원의 130%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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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메리츠증권이 지방에 벌려놓은 생활형숙박시설, 물류센터 등의 개발 사업이 모두 공매로 줄줄이 넘어가며 재무건전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호황기 때 투자한 해외 부동산들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위험노출액이 1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최근 기업회생신청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메리츠증권이 대출해 준 금액이 업계 최고 수준인 1조2000억원 규모로 알려지면서 현금 흐름에 빨간불이 켜졌단 분석이다.
■ 자기자본보다 덩치 커진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 위험노출액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는 증권사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유일하게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이 자기자본 대비 10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금융 위험노출액은 2024년말 기준 8조4000억원(자기자본 대비134%)로, 대형사(58%) 및 중소형사 평균치(52%)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한신평이 지난해 하반기 6개월간 증권사 PF 구조조정을 중간 점검한 결과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는 증권사 27곳의 전체 PF 위험노출액은 반년 전보다 약 4조5000억원(24%) 증가했다.
그동안 수도권과 지방 등에 투자한 부동산 사업장들이 하나둘 공매에 부쳐지면서 자금 회수가 불확실해졌다. 대표적으로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등이 PF 자금을 대출한 전남 여수시 ‘여수웅천캐슬디아트’의 생활형숙박시설 257가구와 근린생활시설 20실은 3년째 공매 시장에 나와 있다. 감정가가 857억원에서 333억원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경기 이천시 마장면에 준공한 저온 물류센터도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이 총 430억원의 대출을 내줬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공매에 나왔다. 최저입찰가격은 지난해 1월 11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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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8만2724㎡, 연면적 82만㎡ 규모 서울 초대형 업무단지 개발 사업인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조성 사업에도 메리츠증권이 PF 2조5000억원 중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건물은 현재 준공 후 건물의 공실률이 50%를 넘기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메리츠증권에 대해 “6조원 이상의 자본 규모와 IB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자산건전성이 2022년부터 저하세”라며 “2023년 부동산PF 관련 요주의 자산이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메리츠캐피탈로부터 부실 자산 이전, 일부 해외 부동산 담보가치 저하로 고정이하자산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또 “특히 1조2000억원 규모 해외 부동산의 경우 위험노출액 비중이 높아 글로벌 부동산 경기에 따라 회수·처분까지 장기간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기업회생 홈플러스 차입금 80% 떠안아…리테일 부동산 시장 환경따라 부실우려 커질 수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기업회생신청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와 관련해서도 업계 최대 수준의 차입금을 투입해 부실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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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총 1조 2167억 원의 선순위 대출을 실행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총 차입금 1조4000억원의 82%를 차지한다. 메리츠증권이 6551억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각 2808억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총액 1조2000억원 중 내달 조기상환 예정인 2500억원의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총 6551억원의 대출 채권 회수가 불확실하다. 미상환 시 담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일부 회수는 가능하지만 자산 건전성 지표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대출채권은 ‘요주의 이하’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회생절차를 개시한 홈플러스의 차입금 중 특정 금융사(메리츠금융지주) 집중도가 높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일부 우려요인으로 작동 가능하다”며 “메리츠금융 측은 점포 자산의 평가가치가 4조~5조원으로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향후 메리츠 입장에서 관건은 잠재적 담보처분권 발생 이후 처분 자산인 리테일 부동산 시장 거래 환경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