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컬처 시대, 서울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땅집고] 최근 정부가 강남 3구(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은 과연 적절한 정책인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는 부동산 시장의 급등세를 막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필자는 다른 시각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최근 5년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 서울,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과연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정당화할 정도로 극심했는가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일부 지역에서 단기간의 급등 현상이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전체 5년간의 평균을 보면 실제로 연평균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나들 정도의 극단적인 상승세는 없었다. 이는 일부 기간 동안 특정 재건축, 재개발 이슈로 국지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생활 물가와 비교해 보더라도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과장돼 있다. 점심 식사 비용과 같은 일상적인 생활물가는 연평균 2~4%대의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이런 생활물가 상승과 비교해보면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급등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5년의 평균치를 본다면 전반적인 생활 물가 상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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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점심 식사 비용 상승률이 부동산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국면도 자주 있었다. 즉, 부동산 시장은 이미 시장 원리로 조정되고 있었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 관점에서도 부동산 시장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른바 ‘K-컬처’로 대표되는 한류 신드롬의 중심지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K-팝의 대표주자인 BTS, 빅뱅의 지드래곤 등 글로벌 스타들이 만들어낸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강력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K-드라마와 K-영화 역시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K-컬처는 서울이라는 도시 브랜드의 가치를 급격히 상승시키고, 글로벌 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강력한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이용률이 세계 5위권 내로 상승한 것 또한 문화적 영향력 덕분이다.
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이 국제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큰 상승세를 기록하지 않았다.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 글로벌 도시들의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서울보다 오히려 더 높았던 사례가 많다. 서울은 일부 특정 지역의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급등을 제외하면 국제적인 경쟁 도시들과 비교해 안정적인 가격 상승률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은 과도한 규제 조치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정부가 인위적으로 규제의 장벽을 높이면 오히려 주택 시장에서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의 추가 상승 압력을 발생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시장 원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통한 가격 억제는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가격 상승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한민국, 특히 서울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주거 환경을 조성하고, 외국인의 지속적인 유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진정한 국제 도시로의 발돋움을 이루기 위해서는 규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K-컬처의 열풍과 연계해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 이는 안정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교통 인프라 확장, 문화 인프라의 강화 등 근본적인 도시 환경 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결국, 단기적이고 규제 중심적인 접근보다는 K-컬처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도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서울은 이미 세계적 도시들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K-컬처의 열풍을 최대한 활용하여 세계적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다.
/글=유상근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