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가 서북권인 은평구 입지이면서 지하철 3·6호선 불광역 초역세권 초대형 부지인 ‘서울혁신파크’를 약 4545억원에 매각한다. 이곳을 민간에 매각해 인근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와 함께 서울 서북권을 대표하는 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이달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일대 서울혁신파크 부지 4만8000㎡가 최저입찰가 4544억9012만6200원에 공매 물건으로 등록됐다. 최고가를 써낸 기업·투자자가 낙찰받아가는 일반경쟁 최고가 방식으로 공매를 진행하며, 이달 10일부터 1회차 입찰을 받는다. 현재 서울혁신파크 일대 지상·지하·공중에 남아있는 건물 등은 매수자가 철거하는 조건이 붙었다.
서울혁신파크는 당초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대규모 부지다. 서울시가 2003년 정부로부터 매입한 뒤,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기인 2010년쯤 이 땅에 40층 높이 초고층 건물과 장기전세주택 등을 지어 이곳을 ‘세대 공감형 웰빙 경제문화 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2011년 무상급식 문제로 시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이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그다음으로 서울시 수장이 된 고(故) 박원순 시장은 이 부지를 복합문화공간인 ‘서울혁신파크’로 만들어 운영했다. 땅이 넓은 만큼 총 3개청, 10개동, 1개관 등 건물 여러 개로 구성하는데 대부분 예술가나 시민단체, 사회적기업 등이 입주해 사용했다.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공간인 ‘예술동’, 식문화 실험 공간인 ‘맛동’, 시민 대상으로 하는 대중문화 공동 작업장인 ‘극장동’ 등이다.
이후 오 시장이 다시 복귀하면서 서울혁신파크 용도를 재정립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 땅이 지하철 3·6호선 불광역까지 걸어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이고, 한 정거장 거리인 연신내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까지 개통해 도심 접근성이 향상된 대규모 부지인 점을 고려해서 개발해야 한다는 것. 부지를 단순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쓰기보다는 민간에 매각한 뒤 업무 용도로 개발하는 것이 지역 성장을 위해 더 효율적이라는 구상이다.
앞으로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를 민간 기업의 손을 빌려 디지털미디어·영상·웹툰 등 창조 산업 특화 일자리인 ‘서울창조타운’으로 재조성할 방침이다. 인근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와 연계한 개발 계획이다. 현재 기존 서울혁신파크에 자리잡고 있던 건물은 대부분 철거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부지 매각 및 계약 체결을 마치고, 2028년까지 민간사업자와 함께 개발 계획을 수립한 뒤 2029년 착공, 2033년 준공이 목표다.
일각에서는 서울혁신파크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가 현재 용도지역인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감정평가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각한 뒤, 개발 과정에서 용도지역 종상향과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을 주면 민간 업체가 막대한 개발 이익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민단체인 ‘혁신파크를 지키는 은평시민모임’ 등은 지난해 천막농성을 펼치며 매각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를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더라도 공공성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서부권사업과는 “개발 사업자 측에 일자리 용도를 50% 확보하도록 해서 지역경제 거점으로 조성할 것”이라며 “더불어 개발부지 4만8000㎡는 매각하지만 공공성 유지를 위해 맞붙은 1만3117 ㎡는 공공용지로 서울시에서 직접 개발계획을 수립해서 개발할 예정이고, 향후 용도지역 상향에 대한 지가 상승분에 대해서는 공공기여로 환수해 공공용지 개발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