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강남발 집값 상승 및 가계 대출 폭증 현상과 관련해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신혼가구와 저소득층을 저리로 도와주는 부동산 정책금융 상품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런 인식은 부동산 및 가계대출 정책 실패를 서민 탓으로 돌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 현상은 주로 30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위주로 나타난 데다 전 세계적으로 서민을 위한 저리 주택담보대출 주거 지원은 보편적인 복지 제도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 특별대담에서 신혼부부와 저소득층을 저리로 도와주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맞지만 이것이 집값을 밀어 올려 그만큼 집을 사기 더 어렵게 해 정책금융을 더 늘려야 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 부동산 금융 관련 제도가 국민을 모두 투기세력으로 몰아넣는 제도”라고 강력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전까지 나타난 집값 상승은 서민이 주도했다기보다는 강남권 고가주택 위주로 중산층 이상이 주도했다는 평가가 크다.
땅집고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가격대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이뤄진 올해 2월, 서울은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만이 유의미한 변동을 보였다. 지역별로 강남구(449건), 송파구(450건), 강동구(364건) 순으로 주로 강남권에 집중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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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30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 변화가 가장 컸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 3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건수는 316건으로 지난해 7월 378건의 83%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가격대가 15억원 이상 30억원 이하인 중고가 아파트 거래 건수는 올해 2월 1318건으로 지난해 7월 1916의 68% 수준에 머물렀다.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2월 3768건 거래돼 지난해 최다 거래량인 7월 7007건의 절반에 그쳤다.
일각에서 상환능력이 없는 서민보다는 자금 여력이 충분한 고액 자산가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맞다는 의견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주거 안정과 사회적 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서민을 위한 저리 주택담보대출을 보편적인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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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대출 정책 실패 탓을 서민에게 돌리고 있다”며 “오는 7월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유리한 조건에서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선제적으로 시장에 유입된 영향, 지난해 주가 및 비트코인 등이 급등하며 차익을 실현한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영향 등이 있는데, 집값 상승의 원인에 대한 진단부터, 해결 방안까지 서민들이 문제란 식”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은총재를 3년이나 한 사람이 갑자기 서민대출 탓에 집값이 올랐다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라며 “부동산을 잘 알지 못하는 한은총재가 정치적 의도 탓인지 아마추어적인 발언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