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민주택 가격은 그대로…30억원 이상 고가주택만 올랐는데 ‘집값 대란’ 논란?
[땅집고] 최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인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퍼지는 가운데, 모습이다. 규제 해제 여파가 서울 및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단 분석이 나온다.
땅집고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가격대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이뤄진 올해 2월, 서울은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만이 유의미한 변동을 보였다.
초고가 아파트 대부분이 규제에서 벗어난 강남권 지역에 몰려 있는만큼 서울 전체가 아닌 일부 주택에 한해 거래량과 가격에 영향이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 고가 주택의 실거래가가 오른다고 해서 서울 및 수도권 전체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라고 진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2월, 서울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만 급증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한 지난 2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월보다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통계 및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656건, 올해 1월은 3233건 2월은 5400여 건으로 확실하게 늘었다. 다만 지난해 평균적인 거래량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작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7월(9224)건과 비교하면 올해 2월 거래량은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2월 거래량은 지역별로도 강남구(449건), 송파구(450건), 강동구(364건) 순으로 주로 강남권에 집중된 모습이었다.
주택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30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 변화가 가장 컸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 3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건수는 316건으로 지난해 7월 378건의 83%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가격대가 15억원 이상 30억원 이하인 중고가 아파트 거래 건수는 올해 2월 1318건으로 지난해 7월 1916의 68% 수준에 머물렀다.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2월 3768건 거래돼 지난해 최다 거래량인 7월 7007건의 절반에 그쳤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파는 중저가 가격대의 서민 아파트보다는 30억원 이상의 서울 초고가 아파트 거래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 토허제 완화, ‘서민 아파트’에 영향 없어… 서울 강북·인천·경기는 하락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가격대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반에 퍼질 것으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3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6% 상승하고 강남구(0.9%), 서초구(0.82%), 송파구(0.89%)가 급등했지만, 강북구(-0.01%), 도봉구(-0.01%), 중랑구(-0.03%)는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경기도는 -0.01%로 하락했고 광주시(-0.34%), 이천시(-0.14), 평택시(-0.17%), 군포시(-0.06%)등의 순서로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인천의 경우 전주까지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다 보합 전환했지만, 동구(-0.07%), 미추홀구(-0.03%) 등은 하락폭이 컸다. 인천 연수구 ‘더샵송도마리나베이’ 84㎡는 지난달 9일 6억원에 팔려 최고가 12억4500만원(2022년 2월)의 절반 수준에 거래됐다.
이와함께 업계에서는 오는 7월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중고가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잠실·삼성·대치·청담(잠삼대청)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해제 이후 투자 및 실거주 수요가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거래량이 증가했다”며 “오는 7월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유리한 조건에서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선제적으로 시장에 유입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토허제 다시 묶으면 저가 주택으로 오름세 불 붙는 풍선효과 우려
일부에서는 토허제이후 강남권 고가주택의 집값 상승을 ‘오쏘공’(오세훈이 쏘아 올린공) 집값 대란으로 과장하고 있다. 이는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정치적 선전선동이다. 2월 이후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올랐지만, 10억원 이하 아파트는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런데도 규제론자들이 이를 과장해서 마치 서울 전체가 집값대란이 벌어진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집값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집값 오르는 지역을 다시 토지거래허가제를 묶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토허제는 주택 거래를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허가를 하는 위헌적인 제도이다.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토허제의 집값 안정 효과도 의문이다. 특정 지역에 규제를 가하며 주변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발생한다. 집값 상승세는 금리, 대출, 투자 심리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규제를 가하면 오히려 풍선효과와 같은 부작용이 극대화될 수 있다. 집값 잡겠다고 규제를 남발한 결과, 집값이 폭등했던 문재인 정부시절의 교훈을 벌써 잊고 규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집값이 오른다고 규제를 남발하면 문재인 정부처럼 서울 경기도 등 전국의 집값이 오를 수 있다”면서 “강남 등 고가주택의 가격 상승세를 확대 해석해서 규제를 가할 경우, 더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