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연 500만명 찾아도 1500억 적자? 2조 쓴 '인스파이어' 초라한 현실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5.03.16 06:00
[땅집고]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입구. /강태민 기자


[땅집고] 공사비만 2조원 넘게 투입한 초대형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이하 인스파이어)’ 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간 500만 여명의 방문객이 리조트를 찾으면서 초기 집객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실제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스파이어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매출 2190억원에 1564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 분기 668억원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개장 초기 인력 확충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3754억원의 영업 비용을 지출한 점이 반영됐다. 매출보다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누적된 결손금은 4450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위기설도 나온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46.8%로 전년 242.48%을 기록한 것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차입금 의존도는 64.7에 달한다. 2조4775억원의 금융부채 중 5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도 리스크다.

통상 복합리조트 사업은 공사비와 인건비 등 초기 비용 부담이 큰 만큼 개장 첫 해부터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사업 적자 규모가 크고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만큼 리조트 및 카지노 사업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사업 지속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땅집고]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 카지노 모습. /인스파이어 리조트


■500만명 오는데 적자?…’VIP 관광객’ 부재가 원인

업계에서는 인스파이어에서 대규모 적자가 난 까닭으로 이른바 ‘큰 손’이라는 외국인 VIP 고객의 방문이 저조하다는 점을 꼽는다. 리조트 사업 구조 상 핵심 수입은 ‘외국인 카지노’에서 발생하는데, 최근 1년간 인스파이어 매출을 보면 외국인 카지노 매출은 1079억원에 그쳤다.

인스파이어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려면 카지노에서 연간 4000억원의 수익이 나야한다. 하지만 최근 카지노 매출은 전망치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영종도 내 또 다른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연간 4100억원의 카지노 매출이 발생하는 것과 비교해도 격차가 너무 크다.

2015년 사업 추진 당시 주요 타깃이었던 중국인 카지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단기간 회복을 전망하기도 어려워졌다. 한한령 여파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2015년 1323만명으로 집계됐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23년 25만여명까지 급감했다. 인스파이어는 최근 중국 대신 일본으로 눈을 돌려 VIP 고객 영업망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부 모습. /강태민 기자


■초고급 리조트 객단가 ‘2만원’에 불과

연간 500만명이라는 방문객 숫자는 잠실 롯데월드 연간 방문객 수인 510만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리조트를 방문하고 있지만 이들의 발걸음이 정작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스파이어 전체 매출 중 카지노 매출을 제외한 매출액은 약 1000억 정도인데, 연간 500만명이 방문했다는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해보면 이들이 지출한 평균 금액인 객단가는 2만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방문객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는 내부 설계와 시설 완성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규모와 시설 측면에서 호평을 받는 반면 호텔과 물놀이장인 스플래시 베이, 인스파이어몰은 소비자 만족도가 턱 없이 낮다는 것이다.

인스파이어 호텔은 주말 기준 60만~70만원대, 주중 30만원대의 가격이 형성된 5성급 호텔이다. 오션 타워, 선 타워, 포레스트 타워 총 3개 동에 1275개 객실을 갖추고 있는데, 오션 타워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 방문객이 이용하는 공용시설과 맞붙어있다.

위치 상 공용시설과 붙어있다보니 투숙객 입장에서는 호텔 방문 주 목적인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호텔을 방문했던 한 고객은 “인당 20만원을 부담하는 레스토랑에 방문했는데 미디어아트를 관람하는 통로에 식당이 위치해 비싼 가격에 걸맞는 프라이빗한 식사를 할 수 없었다”면서 “리조트 내에 어디를 가든 일반 방문객이랑 동선이 겹쳐 고급 리조트가 아닌 복합 쇼핑몰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4200평 규모 대형 실내 워터파크인 스플래시 베이도 ‘가격 대비 놀거리가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스플래시 베이 주말 이용권은 5만5000원, 주중은 4만4000원으로 파라다이스 시티 ‘씨메르’ 가격과 비교해 5000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지만 규모 면에서 훨씬 협소한데다 놀이기구 마저도 이용할 수 없다. 인기 놀이기구인 워터 슬라이드는 건축물 용도상 유원시설로 허가받아야 하지만 설치 단계에서 운동시설로 허가를 받으면서 이용이 중지된 상태다.

현재 스플래시 베이는 오픈한 지 9개월 만에 내부 시설 증축을 이유로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다만 재개장을 하더라도 한 번 허가난 건축물은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아 워터 슬라이드 이용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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