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팝업 성지' 성수동에서도 곡소리.."20평 가게 권리금 20억?"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03.17 06:00
[땅집고] 2025년 3월 초,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 한 1층 상가. 가게 내에는 부동산중개법인이 걸어놓은 팝업스토어 유치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팝업스토어 인기에 힘입어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이 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에 상권 급성장에 따른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짧은 시간에 강력한 자극을 남기는 팝업스토어가 반복돼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었고, 폐기물 급증, 임대료 하락세 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성수동 땅값이 역대급으로 올랐고, 팝업만 반복된다는 점에서 상권이 희소성을 잃어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 ‘월 2000만원 거뜬’ 성수동 팝업 1일 임대료 70만~80만원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 앞. 기업으로부터 팝업스토어 임대 문의를 받아 운영해준다는 대형 홍보 패널이 보였다. 연무장길 방향으로 걸으니 명품과 향수, 스포츠 브랜드 등 다양한 기업의 팝업스토어가 줄줄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팝업과 거리가 멀던 금융 기업도 이 곳에 팝업을 열었다. 성수동은 수년 전 부터 월 평균 40~50개 팝업스토어가 운영되는 곳이다. 그야말로 ‘팝업스토어의 성지’다.

그런데 연무장길 한 건물은 전 층이 텅 비었다. 가게 안에는 한 법인이 제작한 팝업스토어 임대 환영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다. 짧은 기간에 큰 돈을 지불하는 팝업스토어만 유치한다는 의미다.

성수동 A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건물주가 통임대(일괄 임대)를 선호해서 빈 건물이 더러 있다”며 “10평(33㎡) 규모 매장을 팝업스토어로 임대해줄 경우 일 평균 70만~8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땅집고]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 일대 한 상가는 2014년 8억원에 팔린 뒤, 2024년 이보다 10배 오른 가격인 80억원에 거래됐다. /이해석 기자


팜업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성수동 일대 땅값과 임대료는 급등했다. 연무장길의 한 1층짜리 건물은 2014년 8억원에 팔린 뒤, 2024년 이보다 10배 오른 가격인 80억원에 거래됐다. 임대료도 상당하다. 연무장길 한 전용면적 189평(595㎡) 1층 상가는 보증금 20억원, 임대료 2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지가 폭등은 권리금도 끌어올렸다. 성수동 B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연무장길 메인 지점의 한 향수 가게 주인은 20평 권리금으로 20억원을 불렀다”며 “권리금 시세를 듣고 깜짝 놀랐다”이라고 했다.

[땅집고] 2025년 3월 초,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 위치한 한 한식전문점 위에 화장품 팝업스토어 홍보 패널이 크게 걸려 있다. /강태민 기자


■ 성수동, 한국의 브루클린→젠트리피케이션 대표 주자

성수동 일대는 공업지대 특성을 살린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이 주목받으면서 한때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싼 임대료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성수동 고유 문화를 보기 어렵게 된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가장 큰 부작용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비싸게 건물을 산 사람들이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은 번성한 구도심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성수동에서 만난 일부 임차인들은 ‘성수동은 건물주가 바뀌면 세입자가 나가야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성수동은 강남구 가로수길, 용산구 경리단길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성수동에서 액세서리 부자재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새 건물주로부터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던 일인데 막상 저희에게 닥치니 새삼스럽다”고 했다. 이어 “관련법에 따라 당장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이 캄캄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 팝업스토어, 피로도·폐기물 급증 부작용 만든다

급증한 폐기물량 역시 팝업스토어 이면이다. 팝업스토어는 새로 열 때마다 간판과 인테리어를 바꿔야 해서 현수막과 합판, 플라스틱 패널처럼 재활용이 어려운 산업폐기물을 상당히 많이 만들어낸다. 성수동에서 한달간 발생하는 폐기물량은 약 500톤(t)이다. 2018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짧은 시간에 강력한 자극을 주는 공간이 계속해서 생기자 ‘팝업스토어 때문에 피로함을 느낀다’는 평도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연무장길 현 상황을 놓고 우려를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수동의 경우 임대료 폭등으로 사실상 대기업만 진입하는 곳이 됐는데, 여의도 더현대처럼 팝업스토어 성지를 대체할 공간이 늘면 상권 희소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비커 등이 위치한 서연무장길에 국한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높은 임대료를 피해 동연무장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성수동 상권이 오히려 성장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연무장길 공실은 연무장길 상권 확장에 따른 진통에 불과하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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