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역 11번 출구 앞. 10년 동안 강남역 앞을 지키던 영풍문고가 폐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는데요. 셔터가 내려진 채 입구를 막아둔 상태입니다.
카카오의 첫 오프라인 상설매장이었던 카카오프렌즈 강남점도 마찬가지입니다. 2016년 오픈 했는데 올해 1월 19일 부로 폐점 소식을 알렸습니다. 곧바로 다른 매장이 운영 중인가 했는데요. 안내판에는 1~2층은 내부 공사 중으로 3층 노티드는 정상 영업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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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출구 코앞에 있는 건물도 텅 비어 있습니다. 강남대로를 쭉 걷다 보니 간판을 철거한 공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골목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소규모 상가들, 대로변보다는 덜하지만 빈점포가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강남역 상권을 찾은 P씨는 "예전에 비해 팝업스토어나 놀거리가 부족해졌다"며 "다음번에는 굳이 강남역을 찾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0.3%였습니다. 1분기 8.11%, 2분기 9.54%에 이어 3분기 연속 상승했는데요. 같은 시기 집합 상가 공실률도 9.01%에 달해 서울 내에서도 높은 수준입니다.
현장에서는 상권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임대료'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강남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옷 팔아서 1억씩 되는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하냐"며 고개를 저었는데요. 이어 "공실이 된 지 4년이 지나도 임대료를 안 낮춘다. 임차인이 들어오고 싶어도 월세 노예가 될까 봐 못 들어오는 상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상가를 문의하는 사람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데요.
공실 폭탄에도 강남역 인근 상가의 임대료는 여전히 비싼 수준입니다. 임대료 평당 70만원, 80만원은 기본인데요. 2025년 2월 기준 임대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의 시세를 살펴 봤습니다. 대로변에 위치한 전용 82㎡ 1층 상가는 보증금 10억에 월세 4500만원에 올라 있습니다. 평수가 커질수록 월세는 큰 폭으로 오릅니다.
비교적 저렴한 먹자골목에 있는 전용 25㎡ 1층 상가는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월세 500만원, 전용 90㎡ 1층 상가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650만원 수준입니다.
강남역 일대 상권에서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11번 출구부터 신논현역까지 뻗은 강남대로는 '불패 상권'이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이 몰렸기 때문인데요. 직장인, 대학생에 관광객과 쇼핑객까지 더해져 24시간 내내 사람이 많았습니다. 음식점과 카페, 옷가게, 영화관 등 프랜차이즈 매장도 굉장히 다양했는데요.
현재 강남역 상권에 남은 간판은 병원과 약국이 대다수입니다. 대로변에서 1층은 비어 있어도 2, 3층부터는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운영 중인 빌딩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그나마 의료 관광 수요로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거에 활기가 넘쳤던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도 공실 폭탄을 맞은 지 오래입니다. 2년 전 상권긴급점검에서도 다뤘었는데요. 다시 방문한 가로수길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길을 걷자 연이어 빈 매장이 나옵니다. '핫플'이 아닌 '죽은 상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장소가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가로수길 공실률은 39.4%를 기록하며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에는 방송인 강호동씨가 대로변 건물을 구매했다가 시세차익 없이 건물을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가로수길 현장에서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버틴다"는 건물주들의 자신감이 팽배하다고 말합니다. 한때 명품거리, 젊음의 거리로 불렸던 가로수길은 이제 깔세 상권이 됐습니다. 오히려 단기 임대만 받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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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고, 상권이 다시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텐데요. 그 동안 소비패턴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했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졌습니다.
상권의 장기 침체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건물주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대로 유지 중인데요. 높은 임대료로 상인들에게 외면 받고, 잦은 공실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상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