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해외 오피스 부동산 금융 상품이 글로벌 오피스 시장 침체로 줄줄이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원금이 물거품이 된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마저도 이 같은 손실을 펀드 가입자의 책임으로 돌려 노후를 준비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Dallas)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동에 투자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오피스 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가 상장폐지 됐다. 운용사가 보유 자산을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금융감독원은 올해 1월 운용사에 대해 불완전 판매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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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펀드에 가입한 한 투자자는 “해외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판매사로부터 공실 없이 배당 수익률 좋다고 펀드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며 “손실 위험이 이 정도로 높은 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펀드에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운용사가 일방적으로 헐값에 자산 매각을 결정한 것 때문에 손실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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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전액 손실이 우려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트리아논 펀드(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건대 몰오브케이 펀드(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 한국투자리얼에셋의 벨기에 부동산 펀드(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2호) 등도 투자자들이 금감원 문을 두드려봤자 아무 소용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펀드는 원수에게나 권하는 것”이란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부동산을 자산으로 담은 투자 상품은 펀드와 리츠가 대표적이다. 언뜻보면 이 둘은 비슷한 금융 상품같지만, 투자 결과는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펀드와 리츠 모두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특히 펀드에서 유독 개인 투자자의 전액 손실 사례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왜일까.
■ 똑같은 부동산 투자 상품인데, 리츠와 펀드 무엇이 달랐나
리츠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투자회사 등에 지분을 사는 등 간접 투자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이다. 임대료와 개발 이익을 투자자에 배당하는 구조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
기초자산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 투자자가 금융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자산가치가 주가에 선반영돼 만기 전에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부동산 펀드는 운용사가 개인 및 기관투자자 등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만들고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 직접 투자해 개발 이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수익이 나면 만기 시점에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도중에 투자금을 뺄 수 없는 폐쇄형 상품이 많다. 상장을 하더라도 거래량이 부족해 현금화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펀드 투자금의 수익은 만기 때 반영돼 운용 결과가 나쁜 경우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운용사의 부동산 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운용사는 별다른 피해 없이 수수료만 챙기고, 투자자가 전액 손실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외 부동산을 자산으로 담은 펀드는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구성되는데 통상 금융기관이 선순위,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후순위에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인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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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 금융기관이 펀드에 대해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면서 개인 투자자는 투자금을 모조리 날리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지스자산운용이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펀드는 최근 부도를 맞으며 개인 투자자 4000여 명의 투자금 1870억원이 모조리 손실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대부분 후순위로 설정됐는데 이 같은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는 사람이 많아 논란이 커졌다.
이 펀드는 총 3700억원 규모로 기관 투자자 대상 사모펀드(1835억원), 개인 투자자 대상 공모펀드(1868억원)로 구성했다. 현지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추가로 5000억원을 대출받아 총 9000억원에 건물을 샀다. 한 투자자는 “후순위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후순위라는 설명도 듣지 못하고 펀드에 가입했다”며 “선순위 투자자의 결정에 후순위 투자자는 전액 손실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생겼다”고 했다.
반면 제이알투자운용의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주가가 공모가의 반토막이 나고 지난해 말 청산 위기론까지 불거졌음에도 자금 재조달 이후 금리 변동에 따라 손실이 회복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리츠와 펀드의 위험성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단 평가다. 상장리츠의 경우 개인 투자자가 후순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레버리지 높은 펀드, 전액 손실 위험도 높아…“그나마 리츠가 낫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부동산 금융 상품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과 규제 수준이 개인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준현 한국리츠협회 정책본부장은 “부동산을 자산으로 담은 상장리츠는 국토부로부터 안정성, 수익성, 공익성 등을 검증받아 설립되고 운영하게 되어있는 반면, 펀드는 금융당국에 등록만 하거나 사후 신고하면 운용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상장리츠는 자기자본 40%는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리스크도 선순위·후순위로 나뉘지 않고 고르게 분포하는데 비해 펀드는 부채 한도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어 원금 손실 위험 가능성도 그마늠 높다”며 “리츠는 부동산 대출 만기 연장이 안 돼서 자산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에 청산 위험이 있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경기 변동에 따라 손실이 회복되기도 한다”고 했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부동산 펀드는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리츠보다 느슨한 탓에 운용사가 개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판을 벌리고 운용 수수료를 챙긴 뒤 매입한 부동산을 허술하게 운영·관리해도 쉽게 손해보지 않는 구조로 됐다”며 “정부가 제대로 처벌도 하지 않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지는 모양새”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금융사가 판매하고 운용한 부동산 펀드·리츠 상품으로 투자금 손실 피해를 입은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