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해 1분기 분양시장이 이른바 휴장(休場) 상태다. 2분기에도 분양 물량이 극히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건설사와 조합이 공급 일정을 6월 말 이후로 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오는 6월21일부터 시행하는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이 도입되면 분담금이 수십억원 줄어들기 때문이다.
1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상반기에 계획했던 분양 일정을 6월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요율이 낮아져 가구당 분담금이 크게 줄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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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용지 부담금은 개발사업 때 시·도지사가 학교시설을 신설하는 데에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거나 학교 용지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 부과하는 경비다. 당초 분담금은 세대별 분양가격의 0.8%지만, 6월 21일부터는 부과 요율을 0.4%로 낮춘다. 절반을 낮춘 셈이다. 부과 대상도 100세대 이상에서 300세대 이상으로 완화했다.
올해 서울 분양단지 중 관심이 많은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미성·크로바)도 6월 말 이후로 일반분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학교용지부담금이 39억원에서 2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6월 이후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토지 감정평가 일정과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완화 등을 고려해 분양 시기를 놓고 조율 중이다”고 했다.
정부는 당초 학교용지부담금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발사업에서 이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 결국 분양가격에 전가돼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저출산 등으로 학령인구가 줄어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년 이상된 0.8% 수준의 부담금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이 제기됐다.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재정 결손을 우려한 야당이 반대해 ‘완전 폐지’ 대신 부담을 낮추는 대안(0.8%→0.4%)이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2월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중 실제 분양할 실적은 10채 중 4채 수준으로 나타났다. 2월 분양예정 물량 1만2676가구 중 실제 분양 물양은 5385가구로 공급 실적률이 42%에 불과했다. 수요자들의 청약 심리가 위축됐고 지방 등에서 미분양 적체로 건설사들도 분양을 망설이고 있다.
분양 성수기인 3월도 분양 실적 저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달 서울은 2년 만에 분양 물량이 없다. 서울에는 일반 분양 물량이 4주 연속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4~5월 분양 물량도 6월 이후로 미뤄진다면 올해 상반기는 그야 말로 ‘공급 절벽’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분양전망지수도 상당히 낮고, 학교용지부담금도 낮출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해 분양시기를 미루는 곳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고 했다./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