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7일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이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배당률이 14.63%(이날 기준 주가 반영)로 지난해 말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배당률 7.8%의 두배 쯤으로 뛰어올랐다.
배당률이 높으면 그만큼 투자자에게 배당금이 많이 돌아간다는 의미이지만, 배당률이 높은 주된 이유가 다름 아닌 주가 폭락에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배당률은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인데, 최근 이 리츠의 주가는 공모가 5000원에서 2665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지난해 12월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핵심 자산 중 하나인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의 7억2400만 유로(약 1조1000억원) 담보대출 연장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단일 오피스 거래로는 올해 유럽 최대 규모의 대출금이었단 설명이다. 기존 대주단과 대출 규모를 5억 8400만 유로(약 8800억원)으로 줄이는 대신, 금리를 고정 4.398%로 설정하고 만기를 2027년 12월로 연장하는 조건으로 최종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환율과 고금리에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배당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주가가 하락 중이다. 업계에선 해외 부동산 리츠가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여서 환율과 금리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가 잠재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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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오피스, 대출만기 연장했지만…환헤지 비용 우려에 주가 반토막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제이알투자운용이2020년 8월에 상장한 해외 부동산 리츠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랜드마크인 ‘파이낸스 타워’(Finance Tower Complex)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소재한 오피스(498 Seventh Evenue)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다.
‘파이낸스 타워’(제이알제26호)는 벨기에 브뤼셀 펜타곤에 있는 건물로 투자금이 약 8102억원에 달한다. 주요 임차인은 벨기에 재무부, 복지부 등 연방정부 주요 부처가 100% 입주 중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오피스’(제이알제28호)는 미국 최대 규모 노동조합 동부의료보건노동조합(SEIU)을 포함한 15개 회사가 96% 임차했다. 벨기에 오피스는 임대기간이 2035년, 뉴욕 오피스는 2050년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0년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매입 당시 1.05%의 고정금리에 7억2390만유로(약 1조원)을 대출해 총담보인정비율(LTV) 50% 수준에 자금을 조달했다. 이 리츠가 출범한 2020년은 전세계적으로 0%대 초저금리가 이어진 시기어서 담보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을 매입하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대출 만기인 지난해 말 대출 연장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수익률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일이 되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일각에서는 리츠가 청산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작년에 대출 만기 연장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데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을 맞아 리츠 청산 공포가 퍼졌고, 지금도 미국과 유럽 등의 오피스 시장 전반의 자산 가격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크게 떨어진 점 때문에 주가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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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5000원에 출발해 2022년 최고 6007원까지 기록했던 리츠 주가는 11월 초 2800원대로 하락했고, 올해 3월7일기준 2665원까지 떨어졌다. 공모가 대비 거의 반토막 난 것이다.
■ 고배당 리츠지만, 이면에 고려할 점 많아…“해외 부동산 리츠, 만기시점 ‘환율 리스크’ 손질해야”
투자자들은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헤지 비용이 상승한 것이 투자자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환헤지 계약 만기가 다가온 상장리츠들의 환헤지 정산금 비용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리츠마다 100억~300억원의 추가 납입금 부담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납입할 자금이 영구적인 손실이 아닌 향후 환율 하락으로 반환될 수도 있는 돈이지만, 2~3년 전 환헤지 계약 당시 환율 수준까지 복귀할 가능성 역시 낮은 것도 명백하다”고 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기초자산인 미국 맨해튼 빌딩을 편입하며 1억2500만달러(1497억원) 환헤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월말 환헤지 계약 만기였는데, 그간 환율이 크게 올라 추가 정산금으로 약 350억원(예비비 50억원) 등을 반영하기 위해 총 회사채 1200억원을 발행했다. 내년 5월로 다가온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환헤지 계약 만기에 따라 480억원의 환정산금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하며 이자가 올라 연간 100억원 가량의 이자 비용이 드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여기에 2027년 만기 때 금리 수준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 배당금 유지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자금 재조달 과정이 쉽지 않았던만큼, 대출 만기 시점에 지나치게 금리가 급등하거나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 리츠가 파산할 수 있다는 것도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배당 수익률이 높지만 수익률만 믿고 투자에 나서기에는 그 이면에 고려할 것이 많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제이알글로벌리츠는 1조원 규모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진행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3년간 주당 230원을 배당한다고 약속했다. 이는 기존 385원 배당금보다 40% 줄어든 금액이다. 제이알투자운용 관계자는 “환정산금을 위해 추가 회사채를 조달한 것은 이자 비용까지 감안한 것으로 기존에 안내했던 주당 230억원의 배당금은 유지하도록 운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금융사가 판매하고 운용한 부동산 펀드·리츠 상품으로 투자금 손실 피해를 입은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