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 "의왕 대형병원 꿈 물 건너가나" 10년 방치 1545억 백운밸리 땅 또 유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03.06 10:32 수정 2025.03.06 13:15

[땅집고]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내 종합병원부지로 예정했던 지식문화지원시설4부지(왼쪽)가 텅 비어있다. /박기홍 기자


[땅집고] 경기 의왕시가 백운밸리 내 종합병원 부지를 1545억원에 매각하는 공고를 냈지만 입찰한 기업·투자자가 한 군데도 없어 결국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현재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입지 대비 매각가가 비싼 데다 개발 용도까지 제한된 이 땅이 새 주인을 찾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2월 의왕시는 의왕백운PFV를 통해 백운밸리 의료복합시설용지 1만9557㎡를 1429억6167만원에 공급하는 공고문을 게시했다. 2012년 김성제 의왕시장이 백운밸리를 처음으로 개발할 당시 이 곳을 의료시설을 갖춘 미니신도시로 조성하겠다며 남겨뒀으나 10년 넘게 빈 땅으로 방치돼있는 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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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밸리 의료복합시설용지는 건폐율 60%, 용적률 500% 이하를 적용받으며, 14층 이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부지 용도상 지상층 연면적의 20%에는 종합병원을 지어야 하는데, 최소 250병상 이상에서 300병상 미만을 확보해야 한다. 당초 김성제 의왕시장이 이 땅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공고에서 규모가 축소됐다. 개발 사업성을 고려해 종합병원 외에도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을 짓도록 허용하지만 지상층 연면적의 70% 이하여야 한다.

[땅집고]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 및 주차장부지 위치(위)와 공급 가격 등 정보. /의왕백운PFV


눈에 띄는 점은 이 땅을 매수하는 경우 남서쪽으로 맞붙어있는 주차장 부지도 동시에 매입한 뒤 연계 개발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린 것이다. 주차장 부지는 3725㎡로 공급가가 115억4750만원이다. 따라서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를 손에 넣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금액은 약 1545억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공고에 따르면 매수자는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날 ‘의왕 종합병원 설립·지원을 위한 공공기여 사업’ 이행협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이행협약서에 따르면 매수자에게는 병원 설립·운영을 위한 공공기여 지원금 250억원이 주어진다.

하지만 개찰 결과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를 사겠다는 기업·투자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결국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왕시가 지원금 250억원까지 내걸었지만 매수자를 찾는데 실패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입지에 비해 땅값이 너무 비쌌던 것이 유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 남부권 중에서도 외곽지역에 속하는 데다 4000여가구에 불과한 의왕시 백운밸리 특성을 고려하면 이 곳에 종합병원을 짓더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기업이 대다수일 것이란 설명이다.

더군다나 종합병원 부지와 주차장을 동시에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 역시 부동산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다소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차장 부지를 주차타워로 개발하더라도 이 곳에 지을 수 있는 건물 층수가 4층으로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 더불어 주차장 부지 가격이 11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의왕시가 쥐어주는 병원 운영 지원금 250억에서 이미 절반 정도 금액을 써야 하는 셈이라 전혀 이득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의왕백운PFV는 첫 부지 매각 공고를 낸지 약 한 달 만인 이달 4일 같은 내용으로 재공고를 게시했다. 매각 조건이 같은 만큼, 업계에선 이번에도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가 주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대형 개발업체 관계자는 “식음료업체를 운영하는 A회장이 백운밸리 종합병원부지를 매수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쳐 의왕시가 급하게 매각 공고를 냈는데, 정작 A회장이 입찰하지 않아 의왕시가 당황스러워하는 중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점이나 백운밸리 입지를 고려하면 부지 가격을 1000억~1200억원 정도로 낮춰야 적당하다고 본다”면서 “의왕시가 종합병원 의료수가를 보전해주기 위해 지원금을 250억원보다 더 큰 폭으로 확대해주거나, 의료복합시설용지에서 다른 용도로 변경해 매수자가 개발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해줘야 입찰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백운밸리 의료복합시설용지 및 주차장 용지 입찰 공고는 3월 25일까지 신청자를 받은 뒤 낙찰자를 발표한다. 계약 체결은 같은달 31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의왕백운PFV는 만약 이번 재공고도 유찰될 경우 오는 4월 수의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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