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롯데건설이 45년 동안 사용하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 건물을 팔아 현금 5000억원을 확보하는 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PF위기까지 겹치면서 회사 재무 상태가 악화하자 본사까지 처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매각설에 롯데건설 본사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건물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 절박한 롯데건설, 45년간 쓰던 잠원동 본사까지 판다…1조원 확보 목표

통상 대기업 본사라고 하면 웅장한 규모에 층수가 높고 화려한 외관을 지닌 고층 빌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통념과 달리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8위로 대형 건설사에 속하는 롯데건설의 본사 건물은 다소 아담하고 꾀죄죄하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롯데건설 본사는 1978년 준공한 낡은 건물이다. 롯데건설이 1980년부터 지금까지 45년째 본사로 쓰고 있는데, 규모도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만6653㎡로 기업 가치 대비 작은 편이다. 더군다나 30층 이상인 ‘신반포 르엘’,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등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 소박하다는 느낌이 특히 강하다.

대형 건설사인 롯데건설이 이런 작은 건물을 본사로 삼은 이유가 뭘까. 이 건물이 롯데건설이 최초로 시공한 아파트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설악아파트’와 관련이 있는 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1977년 준공한 총 456가구 규모 설악아파트는 롯데그룹이 건설업에 뛰어들면서 처음으로 공사를 맡은 현장이다. 이후 이 단지 재건축 공사 역시 롯데건설이 수주해내면서 2002년 ‘잠원 롯데캐슬 갤럭시’로 탈바꿈했다. 사실 기존 가구수를 유지하되 평수만 늘려서 짓는 재건축 형태라 분양수익을 올릴 수 없는 구조였지만, 롯데의 첫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인 점을 고려해 자존심을 걸고 사업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본사는 기존 설악아파트 단지 내 상가로, 롯데건설이 1980년부터 25년째 쓰고 있다. 1978년 준공해 낡은 점을 고려해 2004년 리모델링을 거쳤고 내부는 일반 사무실처럼 깔끔해졌다. 당초 롯데햄, 롯데칠성 등 다른 계열사와 이 곳을 함께 사옥으로 썼지만 리모델링 이후에는 롯데건설만 남아 있다.

롯데건설이 기념비적인 본사 건물을 매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63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33.7% 줄었으며, 부채비율은 217.1%로 다른 대형건설사 대비 높은 편이다.

건설부동산 업계에선 만약 롯데건설이 잠원동 본사 건물 매각에 성공할 경우 4000억~5000억원 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건물이 있는 지역이 2023년 9월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으로 결정되면서 공동주택 등 주거 시설로도 개발 가능해진 점을 고려하면, 이 곳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시행사·자산운용사 등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2022년 이후 재무 안정성 강화와 현금 흐름 중심 경영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써왔다”면서 “현재 본사 사옥은 매각을 검토 중이며, 나머지 자산 역시 매각하는 쪽으로 거의 결정됐다"고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