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반토막 난 하나대체투자의 '나사펀드'…"배당 중단에 원금까지 날릴 위기"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5.02.27 06:00

[땅집고] “오로지 배당금 받으려고 믿고 투자한 건데, 갑자기 배당을 유보하고 만기도 5년이나 더 연장하더군요. 사기 아닌가요? 건물 가치가 너무 하락해서 수익은 커녕 원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너무 막막합니다.”(하나대체투자 나사부동산신탁1호 투자자)

[땅집고]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투자한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신탁 1호' 자산인 미국 워싱턴DC 소재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Two Independence Square) 오피스 빌딩.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사가 임차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2017년 설정한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신탁1호’의 수익률이 지난 1월 공모가 기준 -40%에 육박할만큼 하락,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 부동산 펀드는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인근에 있는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Two Independence Square)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다. 핵심 임차인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본사가 있으며 건물의 98% 면적을 차지한다. 펀드의 만기 시점은 지난해 3월이었지만, 가격 조건에 맞는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청산을 5년 뒤로 미뤘다.

판매사 중 한 곳에서 개시한 지 1시간 만에 펀드가 다 팔려나가 ‘없어서 못 판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던 인기 펀드가, 해외 오피스 시장 침체로 맥을 못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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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어서 못 판다”던 펀드, 8년 만에 수익률 -40% 곤두박질

이 펀드는 2017년 출시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사가 임차해 우량자산으로 주목받았으나, 코로나 펜데믹 이후 미국 오피스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이 빌딩의 가치도 크게 꺾였다.

하나대체운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이 펀드의 1년간 수익률은 -42.28%, 설정일 기준 대비 -38.13%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지난해 1월 실시한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 오피스 자산재평가 결과 최초 취득가액 약 1억6243만달러였던 현지 자산 가격은 9240만달러로 43.11% 하락한 상황이다. 이 펀드에는 총 투자금 4410억원이 들었는데, 이 중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한 공모자금이 1551억원 묶여있다. 하지만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용사는 반기에 한 번씩 배당하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 펀드는 중간에 돈을 뺄 수 없는 폐쇄형 상품으로 개인 투자자는 대체로 배당 수익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6개월에 한 번씩 분배금으로 나눠 주고 건물 매각 후 이익이 나오면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청산하는 상품인데, 분배금이 중간에 유보되고, 수익률도 약속했던 것보다 낮았다고 투자자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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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만기 시점을 앞두고 건물 매각을 추진했던 2022년, 하나운용은 돌연 배당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건물 매각 종결 시 투자원금과 이익금을 매매대금을 수령할 때 지급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초 매매계약 종료 및 펀드 청산 시기는 2023년 4월로 예정됐고 미국의 부동산 투자사 오팔홀딩스와 계약까지 맺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팔홀딩스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매각은 최종 결렬됐다.

오피스 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또다른 매수자를 찾지 못한 채 36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을 진행했고, 지난해 2월 수익자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를 2029년까지 5년 더 연장하는 안을 가결했다.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분배한 뒤 청산해야 하지만, 분배할 돈 마련이 여의치 않자 운용 기간만 차일피일 늘리게 된 셈이다.

■ “중간에 팔 수도 없고, 배당수익만 믿었는데…원금 손실 우려”

업계에서는 2022년 매각에 실패한 이후 이 건물을 2028년까지 제 값에 팔지 못하면 분배금도 없고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운용사가 밝힌 이 펀드의 배당금, 즉 기대 수익률은 연 6.5% 수준이었지만, 최근 3년간에는 임대차 재계약을 위한 유보금 적립 때문에 이익 분배금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하나증권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익분배금의 연환산 수익률은 2.8~3%대였고, 지난해 10월에는 유보금 적립 때문에 이익분배금의 연환산 수익률이 1%에 그쳤다.

한 투자자는 “중간에 환매가 금지되는 폐쇄형 상품이어서 오로지 배당 수익만을 믿고 투자했다”며 “판매할 때는 투자금에 대한 배당금이 있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집해놓고 중간에 배당을 유보하고, 만기를 미루고, 건물의 자산 가치는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원금 손실이 걱정된다”고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펀드가 유행했던 2017~2018년은 선진국 오피스 시장 불패론이 지배적이었던 시기였지만 금융 상품을 잘 뜯어보면 금리와 임대료, 대출 여건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으며 리스크가 커지는 구조”라며 “계약 만기 때의 자산 가치가 수익률의 영향을 미치는, 주식에서는 선물 투자와 비슷한 구조인데도 안전 자산이라고 판매했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완전 판매 혹은 사기 판매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금융사가 판매하고 운용한 부동산 펀드·리츠 상품으로 투자금 손실 피해를 입은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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