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멀쩡한 건물이 유령상가로" 이지스 부동산펀드 부실운용 논란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5.02.26 11:28 수정 2025.02.26 19:57
[땅집고] 건대CGV점이 있는 서울 광진구 '몰오브케이' 빌딩. /김리영 기자


[땅집고] “도대체 운용사가 자산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만기를 앞두고 90% 공실이 발생할 수 있는 건가요. 펀드 분배금 재원이 임대료인데 세입자를 들이기 위해 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서울 광진구의 쇼핑몰 ‘몰오브케이’를 자산으로 담은 208억원 규모 부동산 펀드가 사실상 부도난 가운데 이지스자산운용의 부실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된 개인 투자자들은 “공실이 넘치는데 무리한 임대료 인상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킨 이유가 뭐냐”며 이지스 측의 운용 방식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지스 측은 “2배 이상 오른 대출 금리를 감당하기 위해서 임대료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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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료 60% 이상 폭등하자 세입자 줄줄이 떠나

몰오브케이를 자산으로 담고 있는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 194호’ 펀드는 이달 초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사실상 부도가 난 셈이다. 90% 가까운 대규모 공실과 이에 따른 임대료 수입이 크게 줄어든게 결정타였다.

하지만 몰오브케이가 원래부터 공실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펀드 공모 당시인 2018년 1월 신축한 이 건물은 대지면적 2983㎡, 연면적 1만3068㎡,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로 초기에는 CGV·ABC마트 등 각종 유명 브랜드와 편의시설, 음식점이 꽉 들어차 있었다. 물론 현재도 영화관 CGV와 지하 층에 렌터카 업체, 헬스장 등이 운영중으로 면적 기준으로는 공실률이 38.2%라는 게 이지스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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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펀드 설정 이후, 지상 3~4층에 있는 CGV를 제외하고 임대 기간이 만료된 1층과 2층 세입자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모조리 나가면서 공실이 발생했다. 이지스 측에 따르면 “건대입구역 상권 침체 및 코로나 사태 등으로 임차인의 무단 영업 중단 및 임대료 연체가 장기화 되었고, 연체 임차인에 대한 명도가 진행되면서 2020년 말 기준 공실률이 20%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그 후 인근 상가 대비 면적이 크다 보니 일시에 공실을 해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몰오브케이' 1층 35평 상가 임대료와 건대입구역 역세권 대로변 상가 임대료. /이지스자산운용,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현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로 나온 ‘몰오브케이’ 1층 매장의 보증금과 임대료는 최초 계약 당시보다 상승했다.

354평(1173㎡)짜리 1층 상가는 보증금 13억원, 월 임대료 1억3000만원 수준이다. 35평 기준으로 하면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월세 1300만원인 셈이다. 10평 기준으로 하면 보증금 3715만원에 월 임대료 371만원이다.

펀드 공모 당시인 2018년 1층 화장품 가게(35평)는 보증금 7500만원에 월 임대료 800만원을 받았다. 10평으로 환산하면 보증금 2153만원에 월 임대료 228만원 정도였다.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6년여만에 몰오브케이의 보증금은 73%, 월 임대료는 62% 각각 올랐다.

다만 이지스 측은 “현재 매물 기준으로는 354평(1173㎡)짜리 1층 상가는 보증금 11억원, 월 임대료 1억 100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35평 기준으로 하면 보증금 1억 800만원에 월세 1080만원인 셈이다. 10평 기준으로 하면 보증금 3080만원에 월 임대료 308만원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인근 상가의 1층 평균 시세는 10평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300만원 수준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렌트 프리 등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하면 인근 시세보다 낮아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밝혔다.

■ 공실률 높아지는데 임대료 더 올려

[땅집고]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이후부터 2024년까지 건대입구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급증했다. 2018년 1분기 공실률은 이지스자산운용 분석 자료. /한국부동산원, 이지스자산운용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임대료 인상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몰오브케이 주변 공실 위험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임대료를 낮춰 세입자를 붙잡아야 하는데, 오히려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임대료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초 투자설명서를 통해 “2018년 기준 건대입구역 인근 공실률이 감소하고 임대료가 오르는 추세”라면서 “건대입구역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이후 2024년 2분기까지 건대입구역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0%대까지 상승했다. 2019년 1분기에 6%로 뛰더니 2023년1분기 이후 7%대로 치솟았고 현재는 9~10%대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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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이 높아지면 임대료 인상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공실률이 치솟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건대입구역 중대형 상가의 평균 평당 임대료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19년 1분기 1㎡당 6만4000원으로 10평 기준 211만원 정도였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7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상권이 침체한 작년 2분기에는 1㎡당 6만8000원(10평 기준 224만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땅집고] 건대입구역 중대형 상가 1㎡ 당 평균 임대료. /한국부동산원 통계


반면 ‘몰오브케이’의 현재 임대료 시세는 주변과 비교해도 비싼 편이란 설명이다.

건대입구역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건대입구역 출구 대로변 35평짜리 상가가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700만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있다”면서 “10평으로 따지면 보증금 2286만원에 월 임대료 2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몰오브케이는 역과 가깝지만 대로변에서 곧장 진입할 수 있는 건물도 아니고 100m 넘게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구석진 곳에 있다”면서 “상인들이 굳이 역세권 놔두고 임대료가 비싼 곳까지 들어가 장사하고 싶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 세입자 우르르 나가고 펀드 가치 하락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 194호는 1년에 2차례 분배금을 지급한다. 투자자들은 “공실이 대량으로 발생한 2023년부터 분배금이 끊겼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 건물이 결국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펀드 투자자들은 사실상 투자금 전액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지스자산운용은 임대료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지상 1층 임대수익은 건물 전체 수익에 있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저가의 임대차가 고정되면 장기적으로 임대수익 저하가 지속될 수 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자비용 감당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몰오브케이에 관심이 있는 임차인이 있으면 임대료 조건 협의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안내했고 실제 다수의 잠재 임차인과 임대차 조건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잠재 임차인이 요구하는 임대료 수준이 너무 낮은 경우가 많아 임대 진행이 어려웠다”고 했다.

이지스 측은 “선순위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서 금리가 3.7%에서 7.5%로 급등해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임대 마케팅가를 인상했다”면서 “일부 세입자에게는 무상 임대 기간을 제공하는 등 혜택도 있었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금융사가 판매하고 운용한 부동산 펀드·리츠 상품으로 투자금 손실 피해를 입은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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