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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지옥 되느니 떨이로 팔자"…'상가 전멸' 광명 신축 아파트 근황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02.23 06:00
[땅집고] 경기도 광명 광명동에 위치한 '트리우스 광명' 단지 전경. /강태민 기자


[땅집고]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로 서울 강남권에서도 신축 아파트의 미분양 상가가 속출하는 가운데, 수도권에서는 상가 아파트를 ‘떨이 판매’하는 사례가 나왔다. ‘트리우스 광명’으로 탈바꿈한 광명2구역의 이야기다. 광명2구역 재개발조합은 상가 분양가를 3.3㎡(평) 당 약 3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부터 선보인다. 화성 동탄과 하남 미사 등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상가가 개별 호실을 평당 1억원에 분양했다가, ‘자영업자 무덤’ ‘공실 폭탄’ 처지가 된 만큼,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가격을 확 낮췄다는 분석이다.

[땅집고] 경기도 광명뉴타운 '트리우스 광명' 아파트 상가에 임대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태민 기자


■ 광명 3000가구 대단지 상가, 평당 3000만원에 나왔다

한 달 전 입주를 시작한 경기 광명시 광명동 3344가구 대단지 ‘트리우스 광명’. 목감천 인근 119안전센터를 지나 아파트 1단지와 2단지 사잇길로 접어드니, 1층짜리 상가가 보였다. 총 8개 호실이 모두 비었다. 1단지 110동 아래에 위치한 2층 규모 메인상가의 경우 부동산 십여개와 태권도장, 카페 등이 있었다. 이를 제외하면 모두 공실이다. 이 상가 총 38개 호실 중 14개 호실은 아직 분양조차 하지 않았다. 통상 아파트 입주 전에 상가 분양을 마치는 것을 감안하면 트리우스 광명의 경우 상가 일정이 다소 미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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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경기도 광명뉴타운 '트리우스 광명' 아파트 메인 상가 면적과 분양가 현황. /이해석 기자


이 단지는 일정 지연에도 불구, 상가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게 책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광명2구역 재개발 조합은 ’트리우스 광명’ 1‧2단지 상가 34개 호실 일반 분양을 준비 중이다. 총 60여개 호실 중 조합원 물량 30여개를 제외한 잔여 호실이다. 대부분 호실의 3.3㎡(평) 당 가격은 5000만원 안팎이다.

일부 호실 3.3㎡(평) 당 가격은 약 3000만원 선이다. 메인상가 1층 안쪽에 위치한 전용면적 49㎡(15평) 호실 분양가는 4억3000만원이다. 3.3㎡ 당 2880만원이다. 2층에 위치한 5개 호실의 3.3㎡ 가격은 2850만원~3980만원으로, 모두 4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단, 접근성이 우수한 매물은 가격이 다소 비싸다. 도로를 접한 메인상가 1층의 경우 3.3㎡(평) 당 7262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광명뉴타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A씨는 “과거에는 아파트를 3.3㎡ 당 1000만원에 팔면 1층 상가 같은 면적은 4000만원에 팔렸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처럼 임대 수요가 전무한 상황에서는 그러한 가격을 절대 받을 수 없다”며 “공급자가 수요자를 찾을 수 있는 지점까지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트리우스 광명’ 단지 내 상가 분양가는 수도권 신도시 신축 아파트 상가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하남 미사신도시와 화성 동탄신도시 역세권 단지 내 상가의 경우 수년 전에도 이보다 높은 가격을 받았다. 남양주 다산지구의 한 신축 단지 내 상가 분양가는 전용면적 34㎡ 기준, 12억원이었다. 3.3㎡ 당 1억원이 훌쩍 넘는다. 불과 몇 해전만 하더라도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보다 높은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던 투자처였기 때문이다.

[땅집고]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한 상업시설 1층 대로변 상가가 텅 비어있다. 2024년 11월 기준, 1층 상가 80개 호실 중 90%가 공실이다. /강태민 기자


■ 온라인 소비↑·高임대료로 인해 몰락한 신축 아파트 상가

그러나 단지 내 상가는 고분양가로 인해 공실률이 늘면서 빠르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익형 상품인 상가는 대출을 끼고 분양받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임대인은 대출 이자를 내기 위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한다.

문제는 이러한 수백만원 임대료를 감당할 임차인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 신도시 신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는 시작한 지 몇 달만에 문을 닫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허다하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가게를 접은 사람들이 많아서 ‘자영업자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간 소비 습관도 단지 내 상가를 위태롭게 만든 요인이다. 결국 단지 내 상가에는 편의점과 학원, 부동산 등 온라인 전환이 어려운 업종만 남았다.

이런 가운데 광명에는 단지 내 상가 공급이 대거 예고돼 있다. 트리우스 광명 반경 1㎞ 이내에는 2027년까지 약 1만5000가구가 들어선다. 모든 단지가 상가를 확보한 만큼, 상가 공급이 활발할 전망이다. 트리우스 광명 2단지에서 약 380m(직선거리) 떨어진 3804가구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상가는 총 140여개 호실이다. 트리우스 광명 상가 호실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로 인해 이미 상가를 분양받은 조합원들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광명시 광명동 B부동산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철산자이브리에르 등 인근 단지 상가를 분양받은 조합원들도 임대인을 제 때 구할 수 있을 지 우려하고 있다”며 “일찌감치 상가 분양권을 포기하려는 조합원도 상당하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분양 관련 게시물.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청산위원회


■ ‘7년째 상가 미분양인 헬리오시티처럼 되지 말자’

업계에서는 트리우스 광명처럼 조합이 상가 비중을 확 줄이거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아파트 상가를 헐값에 처분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분양 상가는 조합에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상가를 다 팔 때 까지 보유하면 조합 해체가 어려워 관련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올해로 준공 7년차를 맞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단지 내 상가 일부 호실이 아직 공실이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청산위원회를 통해 상가를 매각 중이다.

현장에서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이 해결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광명시 광명동 B부동산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야 소비와 생산이 모두 이뤄지면서 상가도 활기를 띠지 않겠나”라며 “온라인에 주도권을 뺏긴 아파트 상권이 지금처럼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살아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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