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억 투자자는 단돈 980원 남았다…"이지스 부동산 펀드 믿은 내가 죄인"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5.02.21 14:03 수정 2025.02.21 14:17
[땅집고] 독일 푸랑크푸르트 업무지역에 있는 트리아논 빌딩. /이지스자산운용


[땅집고] “5년여동안 펀드 수익률이 -94%까지 곤두박질쳐서 이젠 투자금 중 단돈 980원만 남았어요. 5000만원씩 나눠 1억원을 투자했는데 남은 평가액이 각각 497원, 483원이 됐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내 최고 부동산 펀드 회사라고 믿은 내가 죄인이지요.”

독일 푸랑크푸르트의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가 최근 부도나면서 개인 투자자 4000여명이 투자원금 1870억여원을 몽땅 날릴 위기에 처했다. 2018년 설정한 이 펀드는 국내 1호 부동산 공모 펀드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운용사의 부실한 운용과 경기 침체 후폭풍을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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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전 이 펀드에 총 1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A씨는 최근 땅집고와 가진 인터뷰에서 “20여년 간 직장생활에서 모은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면서 “개인 투자자 대부분이 은퇴한 뒤 노후 자금을 넣어둔 펀드였다”고 했다. 그는 “나는 아직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면서 스트레스 탓에 정상적인 회사 생활이 힘들 지경”이라고 했다.

[땅집고]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을 자산으로 한 국내 1호 부동산 공모펀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에 투자한 A씨의 계좌. 2018년 10월 5000만원씩 계좌를 나눠 총 1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980원이 남았다. /독자제공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핵심 업무지역에 있는 트리아논(TRIANON) 빌딩과 주거용 부동산 2채를 담고 있다. 펀드는 총 3700억원 규모로 기관 투자자 대상 사모펀드(1835억원), 개인 투자자 대상 공모펀드(1868억원)로 모집했다. 현지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추가로 5000억원을 대출받아 총 9000억원에 건물을 샀다.

사모펀드에는 하나증권과 키움그룹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공모 펀드를 판매한 곳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삼성생명보험 등 14곳이다.

하지만 이 펀드는 5년여만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결국 작년 12월 도산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자산 취득과 관련한 대출계약의 유보계약이 작년 6월 1일(현지시간 5월 31일) 종료되면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고, 현지 법령에 따라 SPC도 부도나게 됐다”고 밝혔다.

[땅집고] 이지스자산운용 본사. /이지스자산운용


대출금을 갚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공실 발생과 이로 인한 건물 가치 급락이 겹쳤기 때문이다. 글로벌 오피스 시장이 침체하면서 기업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하자 트리아논 빌딩에도 공실이 발생했다. 전체 면적의 60%를 쓰던 핵심 임차인 데카뱅크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작년 6월 인근 ‘포(Four) T1’ 빌딩으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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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람에 건물 가격이 폭락했다. 인수 당시 6억4700만유로(약 8700억원) 수준이던 건물 감정평가액은 2023년 8월 기준 4억5300만유로(6600억원)로 33% 하락했다. 건물 가치가 낮아지다보니, 대출액이 건물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60%에서 지난해 82%까지 높아졌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EOD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펀드 만기가 2023년 10월이었지만 리파이낸싱을 통한 만기 연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주단은 만기 연장 불가를 선언했고, 결국 EOD 사태를 맞은 것이다.

펀드 도산 절차 개시 이후 정기 공정가치를 평가해 펀드 기준가격에 반영한 결과, 기준가는 0.01이 됐다. 9000억원 펀드의 가치가 사실상 0원이 된 셈이다.

이 펀드의 개인 투자자들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운용 능력과 판매사 이름값을 믿었는데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투자 위험 등급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판매사도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국내 부동산이라면 직접 가서 현장을 확인이라도 할텐데 해외는 확인도 어렵고, 판매사와 운용사의 이름값만 믿고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며 “건물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핵심 세입자가 만기 연장을 하지 않고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것에 대해 운용사는 왜 미리 파악을 못했는지, 그러고도 국내 최대 부동산 펀드 회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rykimhp206@chosun.com

※금융사가 판매하고 운용한 부동산 펀드·리츠 상품으로 투자금 손실 피해를 입은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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