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앞으로 공실이 더 나올 거예요. 오는 손님은 줄고, 월세는 비싸고.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못 버티고 나가고 있으니까요."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불황에 '삼성 도시'로 불리던 평택시의 상권이 초토화됐습니다. 경기도 남부권의 몇 없는 초대형 쇼핑몰 중 한 곳이죠. 2022년 오픈했던 평택프리미엄아울렛도 2년 만에 부도 처리됐습니다.
한때 활기가 돌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도 한산한 모습입니다. 1년 전만해도 채워져 있던 캠퍼스 바로 맞은편 상가는 현재 1층부터 3층까지 임대문의가 붙어있습니다.
점심시간임에도 인적이 드문 모습. 버거킹, 서브웨이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일부 목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었지만, 장사가 안되긴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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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과 카페 등이 자리잡아 유동 인구가 많던 대로변 상권은 공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블럭 안으로 들어가보니 공실 상태는 더욱 심각한데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 상가주택만 약 650채. 아직 공사 중인 필지를 합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캠퍼스와 가까운 상가주택은 1층에 가게들이 들어와 있지만 조금만 멀어지자 연달아 텅 빈 상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 따르면, 이면도로의 상가 임대료는 평당 8만원에서 10만원 수준. 대로변 상가는 이보다 20% 더 비쌉니다. 대로변 1층 상가 매물을 보면 전용 120㎡가 보증금 4000만원, 월세 500만원에 올라와있습니다.
2015년 첫 삽을 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입니다. 총면적은 289만㎡(87만 5000평)로 축구장 400개 규모이고 총 6개 공장이 지어지는 대규모 공사였는데요. 이를 위해 수만 명의 건설 인력이 모였습니다.
3년 전만 해도 전기설비 기능공의 경우 하루 2공수(오전 7~저녁 9시)를 뛰면 한 달에 1000만원도 벌 수 있어 일용직의 성지로 불리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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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P3까지 완공된 상태이며 P4, P5는 지난해 일부 공사가 중단된 상황입니다. 건설 일용직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상권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높게 형성된 임대료도 상권 붕괴를 가속화시켰습니다.
막강 호재가 중단되자 인근 고덕국제신도시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1호선 서정리역에서 고덕신도시로 연결되는 고덕로데오 상권입니다. 고덕신도시 핵심 상권으로 불렸지만 1층부터 공실이 눈에 띕니다. 간판이 달려있는 고깃집도 찾아가보니 영업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고덕로데오 상권은 현재 8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서정타워1,2차, 그랜드메디컬타워, 어반센터프라자, 성산타워, 삼성메디컬타워, 로자벨1,2차. 상가와 오피스를 합하면 1000호실이 넘습니다. 건물 1층에서 입점한 회사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서정타워 1차의 경우 총 147호실 중 109호실이 공실입니다. 74%가 텅 빈 상태입니다. 4층으로 올라가자, 병원이 있었던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어반센터프라자의 경우 총 94호실 중 69호실이 공실입니다. 이 건물도 70% 이상 비어있습니다. 빈 상가에는 렌트프리 임대문의가 붙어져 있습니다.
현장에 따르면 1층 임대료는 평당 20만원 수준. 층수가 높아질 수록 임대료는 더 낮아지지만 들어올 사람이 없습니다. 중소형 사무실의 경우 월세 40만원 대로 임차인을 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어렵습니다.
구도심 상권인 서정리역 삼거리 상권은 고덕로데오상권에 비해 임대료가 반값 수준입니다. 노후 된 건물들이지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부담이 덜한 상권을 택하는 것인데요.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경기도 집합상가 공실률은 파주 금릉역 일대 26.6%, 안양역 일대 25.5%에 이어 평택역 일대가 11%로 5위에 올라와있습니다.
평택시의 공실률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지만 고덕신도시 상가 공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고덕자이센트로와 서한이다음그레이튼 등 아파트 상가 공급도 예정돼 있습니다.
반도체 경기 불황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평택시의 상권은 쇠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덕신도시는 삼성 호재로 인해 집값이 오르고,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요. 신도시 상권이 전혀 자리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단됐던 삼성전자의 공사가 재개되고 다시 주요 지역으로의 인구유입이 이뤄져야 상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