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신세계와 한화가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서 때아닌 테마파크 대전(大戰)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싸움의 지휘관이 바로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정 회장은 경기도 화성시, 김 부사장은 인천시에 각각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합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신세계와 한화의 역점 사업입니다. 다만 양쪽 모두 재정 여력과 경기 침체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신세계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개발사업
신세계는 총 4조5700억원을 들여 화성시에 ‘스타베이 시티’라는 국제 테마파크를 추진 중입니다. 위치는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간척지입니다. 127만평(약 420만㎡) 부지에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스타필드, 골프장, 호텔과 리조트, 공동주택 등을 집약한 복합단지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신세계는 2019년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작년 10월에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테마파크 IP사로 유치했습니다. 내년 착공에 돌입해 2029년 개장한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당신의 아파트 MBTI, 조선일보 AI부동산에서 확인하기
파라마운트 브랜드를 활용한 국내 첫 테마파크입니다. 파라마운트는 '미션 임파서블'과 '탑건', '글래디에이터', '대부' 등 유명 영화와 TV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타베이 시티는 신세계 역사상 개발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이 가진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승마경기장 포함한 한화 테마파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인 드림파크 승마장 부지에 테마파크를 조성합니다. 약 17만㎡, 5만1400평에 약 2500억원을 투자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승마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합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인 김 부사장은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고 2006·2010·2014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는 한국이 3연패를 달성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아직도 발품파세요? AI가 찾아주는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기존 승마경기장을 포함한 다양한 레저 문화시설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한화의 자회사인 아쿠아플라넷의 아쿠아리움, 한화넥스트의 승마 경기장, 한화푸드테크의 식음 서비스 등이 참여해 종합적인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실내 돔형 테마파크로 내년에 착공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테마파크를 추진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실 두 개 사업의 규모 자체는 비교가 안 됩니다. 개발 면적은 5만평과 127만평. 사업비도 2500억원과 4조5700억원입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글로벌 파트너 사인 파라마운트와 협력하여 할리우드 영화와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만들 계획입니다.
반면, 인천 테마파크는 한화 계열사의 콘텐츠를 활용한 가족형 테마파크와 실내 돔형 시설입니다.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비롯해 한화넥스트(승마), 한화푸드테크(외식), 한화아쿠아플라넷(아쿠아리움) 등 4개 계열사를 총괄합니다.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까지 맡아 그룹 건설 사업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는 계열사의 후방지원이 뒷받침되는 구조입니다.
■수익률 낮은 테마파크 사업
테마파크가 활성화하면 각 지역 랜드마크로 거듭나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 관광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K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한류 열풍으로 해외 관광객 유치도 기대할 수 있는데요. 글로벌 파트너 파라마운트와의 협력은 국제적인 콘텐츠를 활용해 차별화된 테마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위험요소도 상당히 큰데요. 우선 테마파크 사업이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낮습니다. 거액의 투자가 필요해 민간 자본 유치가 필수인데요. 신세계와 한화 같은 대기업이 나서는 이유입니다.
☞AI가 매칭해 준 내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집은 어디?!
완공 후에도 후속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작아 대규모 투자 후 기대되는 수익이 더 낮습니다.
실제로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경기도와 화성시가 2007년부터 개발을 추진했는데요. 유니버설스튜디오, 롯데그룹 등이 개발을 시도했다가 무산됐습니다. 2015년에는 대우건설과 중국 자본이 사업을 재추진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습니다.
신세계 국제테마파크는 약 4조 57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자금 조달과 투자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규모 프로젝트 특성상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도 있습니다. 쿠팡 등의 등장으로 이마트 본업이 2023년 적자 충격을 겪었고 여전히 유통 경쟁력 회복이 부침을 겪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54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5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2.2% 줄어들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1985년 개장한 국내 최초의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63을 지난해 6월 말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개장한 지 39년 만의 폐점입니다.
김동선 부사장은 몸값 1조5000억원의 아워홈 인수에 나선 상태입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체보유 현금에 더해 계열사 지원, 사모펀드 동원 등 자금 조달에 힘을 쏟고 있어 신사업 투자여력이 충분치 않을 거라는 예기도 나옵니다. 결국 그룹 차원에서의 자금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 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와 같은 아시아 지역의 대형 테마파크와도 경쟁해야 하는데요.
세계 테마파크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테마파크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개장 이후에도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과 유지 보수, 적절한 고객 유치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