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가 광화문 일대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철거하고 이곳에 녹지 공간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으나 사업자를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제시한 과업 내용을 고려하면 1억원 남짓으로 책정된 사업비가 너무 낮은 탓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1월 8일 ‘돈의문박물관 녹지화 및 공간 재구성 설계용역’ 긴급 공고를 냈으나 마감일까지 입찰하는 기업이 없어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월 22일 재공고를 게시했으나 마찬가지로 유찰됐으며, 이달 7일 재차 공고를 올려둔 상태다.
이 사업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170외 1필지 일대 9104㎡ 대지에 있던 ‘돈의문 박물관마을’ 내 40개동 건물 중 24개동을 철거하고, 이 곳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예산은 1억1937만원으로 책정됐으며 용역사 선정 후 8개월 동안 공사를 진행한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은 2017년 노후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새문안마을을 현재의 ‘경희궁자이’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조합으로부터 기부채납받은 부지에 조성한 관광 시설이다. 동네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도시재생’을 추구하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총 330억원을 들여 지었다. 1960~1980년대 분위기가 나는 낡은 건물에 식당, 공방, 갤러리를 입점시켜 관광객을 끌어모을 생각이었으나 찾는 사람이 없어 이른바 도심 속 ‘유령마을’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살리려는 목적으로 2022년 이 곳 운영을 민간 업체에 맡기고 한식, 한복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매년 20억원 예산을 투입해도 활성화 효과가 미미하자 결국 철거 후 공간 재조성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실제로 박물관에서 개최한 ‘돈의문 미디어 아트쇼’ 행사에선 방문객 50명에게 인증 사진을 게시하면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으나 막상 참여한 사람이 10명 내외에 그쳤다고 전해진다.
앞으로 서울시는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총 2개 단계에 걸쳐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먼저 1단계 사업으로는 마을을 빼곡히 채우던 건물 40채 중 구역 한가운데와 대로변 쪽에 자리잡은 24곳을 철거하고, 이 곳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 녹지공간으로 만든다. 이 곳이 도심 한복판 금싸라기 땅인 데다 입지상 경희궁을 비롯해 역사박물관 등 관광시설과 맞닿아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녹지를 누리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올해 1월 최초로 진행한 설계용역 공고를 비롯해 재공고에서도 돈의문 박물관마을 재조성에 입찰제안서를 낸 사업자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축/건설업계 불경기로 공공 발주 입찰 수요가 늘었다”면서도 “하지만 서울시가 제시한 용역비가 1억원 남짓으로 매우 소규모 사업인 데다, 업체마다 과업 내용을 고려하면 최소 2억원 이상은 되어야 남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가 이달 7일 3차 격으로 게시한 돈의문 박물관마을 재조성사업 설계용역 공고의 개찰 결과는 오는 18일 나온다. 업계에선 용역사를 찾기만 하면 ‘유령마을’로 버려졌던 도심 황금 땅이 시민들로 북적이는 녹지 공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돈의문 박물관마을’처럼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 고집으로 혈세 낭비만 초래한 사업들이 서울 곳곳에 적지 않다”면서 “이런 공간을 없애고 새로운 용도로 전환해야만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서울 땅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