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사상 최초로 ‘래미안’을 단 오피스텔을 내놓는다. 그간 사업성이 좋은 강남권 지역 대단지 아파트만 골라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던 것과 완전 딴판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의 수주잔고가 바닥나면서 영끌(영혼을 끌어넣은) 수주, 닥공(닥치고 공격) 수주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 디벨로퍼 아이코닉은 서울 양천구 목동 924번지 일원의 주상복합 개발 시공사로 삼성물산을 선정했다. 공사비는 7000억원 규모다. 1만6416㎡ 부지에 지하 6층~지상 48층, 주거형 오피스텔 658실과 근린생활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오피스텔에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을 적용하고 전용면적 113㎡ 이상 중대형 면적으로 시공할 계획을 밝혔다.
이 부지는 옛 KT 목동정보전산센터로, 지하철 5호선 목동역과 오목교역 사이에 있다. 도보 거리에 서정초·목운초·목운중 등이 있다. 인근에 이마트·현대백화점 등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사업 시행사인 아이코닉은 2019년 5월 미래에셋증권과 ‘글로벌원전문투자협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 펀드가 담고 있던 이 사업지에 대한 개발 사업 추진 합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3월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아이코닉은 관련 수익증권과 부동산 등을 인수해 직접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당신의 아파트 MBTI, 조선일보 AI부동산에서 확인하기
업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래미안을 단 오피스텔의 등장에 관심을 보인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도 콧대가 높기로 유명했다. 강남권 대단지 핵심 단지만 선별 수주해오던 삼성물산이 작년 말부터 일부 지방, 리모델링 등 다양한 수주에 나서면서 업역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것.
여기에 오피스텔 시장에까지 손을 대면서 삼성물산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 기정사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건설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2% 감소한 1조10억원, 매출은 3.4% 감소한 18조655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하이테크ㆍ발전 등 대형 프로젝트의 주요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건설 부문 실적은 작년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건설 부문은 올해 매출 목표치도 15조9000억원으로 낮췄다. 작년 매출액(18조6550억원)보다 2조7550억원(14.8%) 낮은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건설 수주를 늘리기도 힘들고 삼성전자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그룹사 물량 확보에도 한계가 오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건설업계 1ㆍ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17년 만에 맞붙어 주목받았던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전에서는 삼성물산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한남4구역은 3.3㎡당 공사비가 940만원이다. 사업비만 총 1조6000억원에 달해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수주 전부터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송파구 잠실동 잠실우성1ㆍ2 ㆍ 3차,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6 ㆍ 7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등 올해 핵심 도시정비사업에 적극 나서며 기존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