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실망 가득한 첫 내 집 보는날. 전망 좋은 숲세권을 기대한 나, 무덤뷰 어떤데… 입주가 두렵다ㅠㅠ”
올해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남 창원시 감계리 ‘창원 포레힐스 데시앙’. 최고 25층, 10개동, 총 1000가구 규모 아파트로, 인근에 산을 여럿 끼고 있어 숲 조망이 가능한 점을 내세워 단지명에 영단어 ‘포레’(foret·숲을 뜻함)가 붙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24위 중견건설사인 T건설과 대저건설이 공동으로 시행·시공했으며, 분양가는 전용 84㎡(34평) 기준 최고 3억4000만원이었다.
‘창원 포레힐스 데시앙’은 2021년 최초 분양 시점으로부터 꼬박 3년 만인 2024년 12월 사점점검을 진행했다. 그런데 집을 확인한 일부 수분양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거실창은 물론이고 침실 창문으로도 웬 무덤이 훤히 보이는 이른바 ‘무덤뷰 아파트’에 당첨된 것.
땅집고 확인 결과 단지 남서쪽으로 100여m 거리에 있는 과수원 안에 가족묘 10기 내외가 포함돼있는데, 아파트 총 10개동 중 무덤 쪽으로 창문을 낸 107·109·110동 세 곳이 무덤뷰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묘지 지대가 다소 높다보니 저층 주택에선 무덤이 잘 관측되지 않지만, 6~7층 정도 중층보다 높은 주택에선 무덤뷰를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수분양자들은 분양 당시 T건설사 측에서 아파트 인근에 무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주자모집공고에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통상 새아파트를 분양할 때 건설사마다 혹시 모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공고문에 묘지·장례식장·쓰레기소각장·하수처리장 등 혐오시설이 인근에 있다는 사실을 적어두곤 하는데, ‘창원 포레힐스 데시앙’ 공고에선 이 같은 경고 문구가 전혀 없어 무덤뷰 피해를 입을지 꿈에도 몰랐다는 것.
한 수분양자는 개인 SNS에 사전 점검 당일 찍은 영상을 활용해 예상치 못한 무덤뷰 피해를 호소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드디어 사전점검, 3년을 기다렸다. 진짜 이게 맞나. 전망 좋은 숲세권을 기대한 나, 무덤뷰 어떤데… 입주가 두렵다“는 등 자막이 눈에 띈다. 그는 영상 댓글에서 “입주자모집공고에 무덤·묘지·봉분 등 묘지뷰와 관련한 어떠한 경고 문구도 없었다”면서 건설사의 책임을 촉구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무덤뷰에 수분양자 민원이 쏟아지자 T건설 측에서 즉각 조치에 나섰다. T건설은 창원시를 비롯해 묘지 소유주와 협의해, 무덤 주변에 사철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아파트에서 무덤이 잘 보이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수분양자 사이에선 묘지를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요구도 나왔지만, 묘지 소유주와 이장과 관련해 논의하다보면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빠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은 셈이다.
T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을 진행할 당시 묘지가 울창한 과수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대가 높아 관측이 어려웠고, 소각장이나 하수처리장처럼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라 존재 파악이 잘 안됐던 것 같다”면서 “최대한 빨리 협의를 마치고 나무를 식재해 입주자분들이 조망 가치 측면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