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반얀트리라더니 싸구려 범벅" 10억 생숙 '카시아 속초' 소송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5.02.05 07:30

[땅집고] ‘카시아 속초’ 분양 홍보관에선 객실 내부에 편백나무를 적용한 히노끼 욕조가 설치됐지만(위), 실제로는 욕조가 일반적인 타일로 시공된 모습. /독자 제공


[땅집고] “무려 반얀트리 그룹이 운영한다고 해서 10억원에 분양받았는데, 하위 브랜드인 ‘카시아’가 붙었고요. 객실에 설치한다던 히노끼탕(편백나무 욕조)도 진짜 원목이 아니라 목재 무늬를 흉내낸 저가 타일로 시공했습니다. 명백한 사기분양 아닙니까?”

동해 바다를 낀 강원 속초시에 들어선 생활형숙박시설 ‘카시아 속초'에서 소송전이 벌어졌다. 이 건물을 개발한 시행사가 분양 과정에서 계약자들을 끌어모으려는 목적으로 허위·과장 광고를 진행해, 수분양자 75명이 사기 분양에 따른 계약 해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

[땅집고] 글로벌 호텔 리조트 그룹 반얀트리를 내세우며 분양 홍보한 ‘카시아 속초’. /분양 홈페이지


‘카시아 속초'는 지하 2층~지상 26층, 총 717실 규모 생활형숙박시설이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업체 ㈜위플랜이 90% 지분을 가진 마스턴제88호 속초PFV며 시공은 한화건설이 맡았다. 2020년 첫 분양을 시작했는데, 당시 전 세계 24개국에서 최고급 호텔·리조트 47곳을 운영 중인 반얀트리그룹이 운영을 맡는다고 홍보해 투자자 관심을 모았다. 현재 객실마다 숙박 요금이 평일 기준 20만~30만원, 주말 30만~40만원대다.

분양가는 거실과 침실, 화장실을 갖춘 전용 75~85㎡ B타입 객실 기준 10억원에 달했다. 인근 ‘속초 서희스타힐스 더베이’(2020년·232가구)나 ‘속초 청호 아이파크’(2018년·687가구) 등 아파트마다 전용 84㎡ 기준 4억~5억원대에 실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고가 분양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분양 광고에는 반얀트리호텔의 핵심 시설로 꼽히는 히노끼탕을 모든 객실에 설치하고, 100% 오션뷰를 갖춘 5성급 호텔인 만큼 고급 자재를 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땅집고] ‘카시아 속초’ G타입 객실 내부에 설치하기로 했던 욕조가 설계 변경으로 거실창 정중앙에서 측면으로 크게 이동한 모습. /분양 홈페이지


하지만 지난해 1월 말 준공한 ‘카시아 속초’를 방문한 수분양자들 사이에선 명백한 사기 분양이라는 원성이 터져나왔다. 당초 반얀트리 호텔 수준의 고품질 시공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객실 내부에 저가 타일·시트지 등 자재가 적용되고, 분양 당시 안내받았던 욕조 위치가 달라지는 등 설계 변경 사항들이 적지 않았던 것.

실제로 분양 홈페이지에 따르면 객실 타입 39개 중 20곳 내부 설계가 눈에 띄게 바뀐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분양 홍보관에서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오션뷰 객실이 될 것’이라는 설명과 달리 측면뷰에 그치는 객실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객실 내 히노끼탕 욕조를 비롯해 화장실 벽면 등은 편백나무 대신 목재 무늬가 프린트된 타일로 시공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카시아 속초’를 방문한 관광객마다 “겉으로 보기에는 피톤치드가 나올 것 같지만, 원목 흉내만 낸 타일”이라는 후기를 남기고 있다.

수분양자라고 밝힌 A씨는 “‘카시아 속초’가 설계 변경을 다섯 차례나 거치고 고급 자재들도 다운 그레이드됐는데, 시행사가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서면 통보만 해왔다”면서 “서울 남산을 낀 반얀트리호텔 수준을 기대하고 10억원을 투자했는데 명백한 사기 분양”이라고 호소했다.

[땅집고] ‘카시아 속초’에서 숙박한 한 관광객이 객실 화장실 내부가 마치 원목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나무 무늬 타일을 시공한 것이라고 밝힌 후기. /네이버 블로그


더불어 수분양자들은 반얀트리그룹이 ‘카시아 속초’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사가 설립한 신규 법인 ‘카시아속초호텔앤리조트’가 반얀트리그룹 내 하위 브랜드인 ‘카시아’ 브랜드만 빌려 위탁 운영하는 것도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사기 분양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반얀트리서울(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측은 언론에 “강원도 속초에 오픈하는 분양형 호텔 ‘카시아 속초’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동일한 브랜드도 아니다”면서 연계성을 부인하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카시아 속초’ 수분양자 75명은 분양대금 중 잔금을 치르지 않고 사기 분양에 따른 계약 해지 및 부당 이득 반환을 주장하며 시행사와 민·형사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시행사 역시 전면전에 나섰다. 지난해 9월 객실 수분양자들이 본인 명의로 보유 중인 부동산에 가압류를 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수분양자마다 은행권에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자금 흐름이 막힌 상황이다.

땅집고는 ‘카시아 속초’ 시행사 및 관계사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질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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