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선진국 실버타운 가보고 충격받았죠" 국내 '시니어타운' 최정상 찍은 비결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5.01.24 11:35 수정 2025.01.24 14:56

[시그넘하우스 설립자, 박세훈 회장을 만나다] ① 강남 대표 시니어타운 ‘시그넘하우스’ 비밀 병기는 요양원

[땅집고] 강남의 프리미엄 시니어타운 시그넘하우스를 설립 운영중인 박세훈 회장


[땅집고] “팔자에 없던 시니어타운 사업을 하게 되면서 저부터 공부를 했습니다. 우선 유명한 시니어타운을 찾아가서 경영자부터 주방장까지 다 만났죠. 시니어타운 문화가 발전했다는 일본도 셀 수 없이 갔어요. 그래서 가장 우수한 인력과 인상 깊은 것들을 모아서 최고의 시니어타운을 만들었습니다. 시그넘하우스는 우리 직원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든 곳입니다.”(박세훈 LTS그룹 회장)

서울 강남구 자곡동 ‘시그넘하우스’는 2017년 첫 선을 보이자마자,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수요가 많은 강남에 위치한 데다, 식사와 커뮤니티 등 수준급 시니어타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탄 것이다. 시그넘하우스는 이후로도 10년 가까이 서울 강남 대표 시니어타운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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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만난 시그넘하우스 설립자 박세훈 LTS그룹 회장은 이 같은 시그넘하우스의 인기에 대해 “우연한 기회에 시니어타운 사업을 하게 됐지만, 결코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름을 짓는 과정부터 인테리어 등 건물 설계, 완공까지 전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땅집고] '시그넘하우스(강남점)' 한 호실의 모습. /시그넘하우스


실제로 시그넘하우스 강남점은 건축물 설계 공모에 제출된 총 4개 건축사사무소의 기획안의 장점을 모두 반영한 결과물이다. 박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설계 실무진이 일본의 노인주거시설을 직접 볼 수 있게 지원했다. 한국에 시니어타운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만큼, 선진 사례를 참고하면 더 나은 시니어타운을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박 회장은 “누구나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시니어타운을 만들고 싶었다”며 “입주 어르신이 안심하고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는 왜 이렇게 시니어타운을 정성들여 지은 걸까. 박 회장은 시니어타운 사업 추진 배경으로 ‘정성심’을 꼽았다. 그는 독실한 원불교 신자다. 올해로 법랍 (신앙생활을 한 햇수) 54년을 맞았다.

땅집고는 박 세훈 회장의 시니어타운 설립과 운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2월 6일 오후 2시에서 4시30분까지 여의도 파크원타워2 NH금융타워 4층 크리에이터홀에서 열린다. 선착순 20명 접수.(문의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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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그넘하우스, 종교적 사명감·기업가 도전 정신의 결실

박 회장의 시니어타운 사업 계기는 매우 독특하다. 그가 원불교 강남교당 바로 옆 부지가 노유자시설용지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비어있는 것을 보고 원불교 재단에 ‘이곳에 시니어타운을 짓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재단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땅은 돌고 돌아 박 회장이 품게 됐다. 재단이 사업 결정을 내리는 사이 누군가가 해당 부지를 사려고 하면서 계획이 달라진 것이다.

그는 “급하게 원불교 재단에 계약금을 빌려줘서 땅을 재단이 매입했는데, 재단 회의에서 시니어타운 사업이 부결되면서 제 회사 ‘도타이’로 해당 부지를 사게 됐다”며 “서울에 주소를 둔 기업으로 땅을 사야 세금을 덜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지금도 시그넘하우스 운영 법인은 ‘도타이’다. 도타이는 박 회장이 이끄는 제조업 기반 기업 LTS그룹의 자회사다.

■ 일본 시니어타운 견학갔다가 화들짝 놀란 이유

박 회장은 시그넘하우스 준비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것으로 ‘일본 시니어 하우징 견학’을 꼽았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노인인구 비중 25% 이상)에 접어들면서 노인주거시설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일본 노인주거시설은 크게 유료노인홈(우리나라 시니어타운과 비슷한 개념)·서비스지원형고령자주택(돌봄서비스 제공 시설)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국보다 보편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특히 건강한 노인과 아픈 노인이 한 건물에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두 부류의 노인들이 전혀 마주치지 않게 동선을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니어타운 입주자가 몸이 아픈 너싱홈 입주자를 볼 경우 우울감 등이 깊어질 것을 고려한 설계다. 이로 인해 같은 건물을 쓰지만, 출입구 등을 달리해 두 시설 입주민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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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시그넘하우스는 60세 이상 건강한 어르신이 지내는 시니어타운(노인복지주택)과 너싱홈(노인요양시설)을 한 건물에 둔 국내 최초 사례가 됐다. 대부분 시니어타운은 입주자가 치매 등을 앓을 경우 퇴소를 권유해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방을 옮기면서 계속해서 거주가 가능하다.

‘너싱홈(nursing home)’은 통상 치매·중풍 등 만성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지내는 곳이다. 전문 인력이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는 이러한 ‘너싱홈’을 갖춘 시니어타운이 딱 3곳이다. 경기도 수원 ‘삼성 노블카운티’와 성남 ‘더 헤리티지 너싱홈’ 그리고 서울 강남구 ‘시그넘하우스’다. 시그넘하우스는 노인복지주택 170호실, 너싱홈 60호실로 구성돼 있다.

박 회장은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아픈 노인이 살 수 있는 시니어타운이 삼성 노블카운티밖에 없었다”며 “시니어타운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던 만큼, 아무도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건물 곳곳에 정원과 중정을 조성하는 등 전반적으로 일본 노인주거시설의 장점을 적극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 공들여 지은 시그넘하우스, 팔면 1000억원 남아도 “안 팔아요”

그에게 시그넘하우스는 사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시그넘하우스는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이나, 지금도 분양이 가능하다. 2015년 8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법적으로 사라지기 직전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아는 이들 중 일부는 ‘지금이라도 시그넘하우스를 팔면(분양형으로 전환) 더욱 부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박 회장 역시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시그넘하우스를 만든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땅과 건물의 가치 역시 배로 뛰었다. 이로 인해 시그넘하우스는 소위 ‘부자세’라고 불리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됐다.

하지만, 박 회장은 시그넘하우스를 분양하는 순간 많은 것을 놓친다는 입장이다. 그는 “분양형 시니어타운의 경우 각 호실이 입주민의 재산권과 연계되므로, 타 입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어르신이 있어도 보고만 있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모두가 즐거운 시니어타운을 만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그넘 하우스를 팔면 1000억원 이상 돈을 벌겠지만, 제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며 “시그넘하우스는 지금처럼 정성심을 다해 어르신을 모시는 시니어타운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 모집>


땅집고가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4기)’을 오는 2월 개강한다.

단순한 시니어타운 소개 등 기초 강의가 아니라 시설 설계부터 운영까지 시니어타운 개발 전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시니어타운 개발이 적합한 입지를 고르는 방법부터 운영 수익이 발생하는 재무 구조 설계 방법, 시니어타운에 반드시 필요한 인테리어 설계 등을 전수한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7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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