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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 세금으로 '묻지마 투자'…강남빌딩 역대 최고가 입찰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5.01.24 07:30

[땅집고] 최근 온라인 게임 개발사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서울 강남구 옛 삼성동 사옥 ‘엔씨타워1’ 매각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역대 최고 입찰가에 부쳐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 정부 부처 유관기관인 과학기술인공제회가 투자자로 참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입찰가를 써내면서, 국민의 돈을 강남 빌딩 투자에 펑펑 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오피스 빌딩 엔씨타워1. /네이버지도



■ 우정사업본부·과학기술인공제회 ‘엔씨타워1’ 역대 최고가 써내…‘3.3㎡ 4700만원’

지난 13일 첫 입찰에서 엔씨타워1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퍼시픽자산운용, 현송교육문화재단,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키움자산운용, HL리츠운용, 케펠자산운용 등 8곳이 경합을 벌였고 3.3㎡ 당 4500만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중 미래에셋자산운용, 퍼시픽운용, 현송교육문화재단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후보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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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우선협상대상자 후보군에 오른 퍼시픽운용은 자체 사옥 확보를 추진 중인 과학기술공제회를 투자자로 해 참여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 ‘111퍼센트’와 우정사업본부가 출자한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입찰에 참여했다. 현송교육문화재단은 따로 투자자 또는 차입 없이 자기자본으로 100%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엔씨타워1’은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 509에 있는 지하7층~지상 15층 규모 연면적 3만902㎡ 오피스 빌딩이다. 2008년 3월 준공했다. 엔씨소프트는 경기 성남분당구 삼평동에 짓는 신사옥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엔씨소프트의 매각 희망가는 3.3㎡ 4500만원 수준이지만, 업계에서는 최고 4700만원 안팎에 팔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 3곳은 4700만원 수준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최고 매각가를 기록한 강남역 ‘더 에셋’(3.3㎡ 당 4500만원) 빌딩보다 높은 수준이며 서울 오피스 거래 시장에서 역대 최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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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 우체국·과학인에 혜택 줄이면서…강남 빌딩 투자 ‘혈안’

하지만 우정사업본부, 과학기술인공제회와 같이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부처와 유관기관들이 강남 고가 빌딩을 구입하기 위해 고액의 입찰가를 써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도 나온다.

운용이 잘 되면 수익이 나 득이될 수도 있지만, 최근 강남 오피스 시장에도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침체에 빠지면 손실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관기관인 과학기술인공제회의 경우 청년 과학기술인에게 우대 금리 혜택을 주기 위해 운영하던 ‘청년과학기술인으뜸적금’ 상품이 2023년 중단되는 등 혜택을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이공계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과학기술인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마당에 적금 금리 혜택은 줄이고, 강남 빌딩 구입에만 열을 올린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작년 하반기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수지 적자가 2023년 1572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1900억원, 올해에는 2100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우편 요금 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닌 우체국 예금의 수익률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출자한 블라인드 펀드로 미래에셋이 투자하는 간접 투자 형태”라고 설명했다.

현송교육문화재단 역시 서울 온수동 서울럭비경기장 부지를 서해종합건설에 5510억원에 매각한 돈을 활용해 투자하는 것인데, 공익재단으로서 부동산 투자에만 신경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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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 과학기술인공제회가 강남 빌딩에 묻지마 수준의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매각가를 낮추는 등 비용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서울 오피스 시장 역대 최고 수준의 높은 입찰가를 써냈다는 것은 기금 운용에는 손실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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