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에는 5층짜리 신축 연립주택, 인천시가 신혼부부용으로 약 36억원을 투자해 사들인 건물로, 69㎡ 9가구와 75㎡ 3가구 등 12가구 규모다. 75㎡ 집은 방이 3개, 화장실이 2개. 공기청정기, 인덕션레인지를 갖추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역점공약으로 추진하는 천원주택이다.
천원주택은 보증금 2500만~3000만원에 월세 3만원(하루 1000원꼴)을 내고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다.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월 28만원)보다 더 싸다. 인천시는 총 500가구를 공급한다. 3월에는 신혼부부가 살고 싶은 집을 정해 신청하면 시가 나서서 집 주인과 전세 계약을 한 뒤 싸게 빌려주는 ‘전세 임대형 천원주택’도 500가구 공급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신혼부부의 집값 부담을 덜어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도입한 제도이다.
서울 동작구도 이달 말부터 신혼부부용 ‘만원주택’ 7가구를 공급한다. 보증금 약 1600만원에 월세 1만원을 내고 최대 4년까지 살 수 있다. 지난해 입주자 모집 당시 100커플이 신청해 경쟁률이 14대1에 달했다.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저출생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출신 자치단체장들이 좌파, 진보 정치인들의 전매 특허로 여겼던 임대주택 정책보다 더 파격적인 정책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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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임대주택 정책에 꽃길 까는 국힘 단체장들
천원주택 만원주택의 원조는 의외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시절 100만호 규모의 기본주택을 조성하고, ‘월세 1만원’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주택은 소득·자산·나이 등 입주자격 제한이 있는 기존 공공임대와 달리 무주택자면 누구나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한 임대주택이다.
이재명 대표조차 월세 1만원 임대주택 공약을 냈지만, 지역활성화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인구 소멸지역에서나 가능한 정책이라고 본 것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포퓰리즘’의 끝판왕이라고 비판받던 이재명 대표도 대도시에서는 재원문제로 인해 만원주택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다면 월세 1만원 임대주택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대도시에서 월세 1만원 주택은 입주자만 로또 당첨의 행운을 누릴 뿐이다. 청년 주택문제를 해결할 정도의 파격적인 물량 공급은 재정문제로 불가능하다.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가 결국 당첨자에게만 로또의 행운을 안기는 것과 같다. 시세 차익이 10억원 안팎의 강남 신축 주택은 현금 10억이상이 있는 현금 부자들만 청약이 가능하다. 그래서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文 임대주택정책 독하게 비판했던 국힘
국힘은 임대주택을 주요 정책으로 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온갖 비판을 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전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의 ‘행복주택 단지’를 찾아 44㎡(13평) 투룸형 아파트를 둘러본 뒤 “신혼부부에 아이 한 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면 두 명도 (생활이) 가능하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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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힘에서는 “주택난에 눈물짓는 부부, 서민들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전시성 행정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그 임대주택은 1년 넘게 49가구가 공실로 남아 있었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은 자가소유 주택, 좌파정당은 임대주택을 선호한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도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폈지만, 서민을 위한 보조적 주택정책 수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가 임대주택정책에 상당한 무게를 뒀다.
임대주택 위주의 주택정책은 이미 글로벌하게 실패가 확인됐다. 스웨덴은 한국의 좌파들이 꿈꾸는 임대주택 천국으로 유명하다. 스웨덴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20%로, 한국의 2~3배 수준이다. 더군다나 민간임대주택도 공공임대 수준으로 임대료를 통제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임대차 3법 도입을 하면서 참조한 국가이다.
임대료가 통제돼 서민 주택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임대료 통제로 임대 주택이 공급이 부족, 만성적인 임대주택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 100만명의 스톡홀름은 50만 명이 임대주택 입주 대기를 하고 있는데, 입주 대기기간은 평균 11년이다. 도심 인기지역은 20년 이상이다.
■ 임대주택 천국 베네수엘라의 경제파탄
임대주택이 퇴조하는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임대주택 천국은 따로 있다. 한국 좌파들이 추앙했던 베네수엘라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500만가구의 임대주택에 주민들이 입주했다고 선언했다. 전 가구수가 860만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 절반이상이 임대주택에 산다는 주장이다. 임대주택은 한국의 천원주택 수준의 파격적 임대료이다.
임대주택 정책을 도입한 전임 차베스 대통령은 노후 주택의 임대료를 9년 동안 동결하고 임대 감독국이 임대료를 측정해 임대료를 산정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임대료 통제제도를 채택했다. 매장량 세계 1위의 석유부국인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임대주택 등 무상복지 포플리즘에 낭비하다 경제가 파탄났다.
■’로또 주택’ 당첨자는 천국, 낙첨자는 지옥
한국은 이미 당첨의 행운을 누리는 소수에게는 주택 천국이다. 당첨만 되면 10억, 20억의 시세차익이 가능한 아파트들이 있다. 문제는 당첨되지 못하면 ‘주택 천국’이 아니라 희망고문을 하는 주택지옥이다. 천원주택, 반값 전세는 ‘로또 청약’의 변종일뿐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정책이 아니다. 천원주택 만원주택은 전형적인 전시행정,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