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산의 한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 수분양자들이 시행사·신탁사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 계약취소 소송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분양 사업을 시행한 사업자가 분양 홍보 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망한 것으로 보고 분양대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전국에서 생숙 분양 계약취소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최초 판결 사례가 나온 것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생숙 ‘빌리프 패러그라프’ 수분양자 2명이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시행사 측이 생활형숙박시설 분양 당시 실거주가 가능한 것으로 원고들의 착오를 유발한 홍보를 한 것으로 보고 분양대금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며 수분양자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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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시행사의 기망행위였든 착오였든, 수분양자가 시행사의 잘못된 설명 때문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본 것이다.

빌리프 패러그라프는 대지면적 2632㎡, 연면적 4만2856㎡ 지하 5층~지상 38층 총 284실 규모다. 지난해 7월 준공했다. 시행사는 하나이앤씨 프로젝트다. 신탁사는 교보자산신탁, 시공사는 신세계건설이다.

원고 측 수분양자 두 명이 돌려받아야 할 분양대금은 각각 9억7230만원, 7억980만원이다. 수분양자가 지불한 계약금과 중도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잔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생숙 분양대금 반환 판결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빌리프 패러그라프 시행사는 분양홍보관 방문객에게 공식 상담자료를 보여주면서 수분양자가 위탁운영사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수분양자가 해당 위탁운영사와 숙박계약을 체결해 자가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다수의 수분양자들이 계약 과정에서 분양대행사를 통해 신세계건설 법무팀이 고안한 방법으로 위탁운영을 맡겨도 실거주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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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하나이앤씨프로젝트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원고 수분양자 두 명 외에도 해운대 빌리프 패러그라프에선 20여 명이 분양대금 반환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김태규 한국레지던스연합회 부회장은 “생숙 분양할 때 흔히 수분양자에게 숙박 위탁운영사를 껴서 계약하면 아무 문제가 없고 주거도 가능하다고 홍보한다”며 “이번 법원 판결은 시행사나 시공사의 교묘한 사기성 홍보 행위에 대해 철퇴를 가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시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사시설을 갖춘 점을 내세워 사실상 주거용 시설로 무분별하게 분양, 불법 사용돼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와 경기 안산시 단원구 힐스테이트 라군 인 테라스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조정희 법무법인 랜드로 변호사는 “법원은 생활형숙박시설 소유자가 위탁운영사와 장기숙박 계약을 체결해 실거주하는 것도 불가능하는 것으로 봤다”며 “향후 분양 사업주체가 홍보할 때 책임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빌리프 패러그라프 38층에는 해운대 조망이 가능한 고급라운지와 수영장, 피트니스, 사우나를 갖췄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고급 생숙으로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었다. 그럼에도 2020년 6월 분양 당시 ‘빌리프 패러그라프’는 최고 266.83대 1, 평균 38.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