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미분양 폭탄’이 터졌던 경기 평택시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올해 중단됐다. 조합이 지구 기반시설 공사를 맡은 DL건설에 수개월째 공사비 170억원을 지급하지 않아서다. 지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미분양과 공사 중단이라는 겹악재가 터지면서 화양지구 일대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수분양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 화양지구 공사 중단…공사비 170억 못내, 앞으로 추가비용 발생할 듯
건설업계에 따르면 DL건설은 올해 1월 10일부터 화양지구 내 도로와 상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DL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비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는데도 조합이 수 개월째 공사비를 지불하지 않고 있고, 그 누적 금액이 170억원에 달해 공사 중단을 통보했다”면서 “조합으로부터 현재 미납된 금액과 함께 향후 공사비 납부 계획까지 받아내지 않는 이상 공사를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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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지구는 평택화양지구도시개발사업조합이 평택시 서쪽인 현덕면 화양리 일대 279만여㎡를 개발하는 미니 신도시급 사업지다. 서울 여의도 면적과 맞먹으며 총 2만가구, 인구 5만5000명을 수용, 민간 주도 도시개발사업 중에서는 큰 규모이다. 삼성전자 캠퍼스를 끼고 있어 평택시에서 최고 핵심지로 꼽히는 고덕신도시 일대까지는 직선 15.5 km로, 자동차로 이동 시 30분 정도 걸린다.
화양지구 내 도로·상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는 2021년 8월 착공해 올해 8월 완공할 계획이었다. 시공은 DL건설 컨소시엄(DL건설 60%·DL이앤씨 20%·동광건설 20%)이 맡았으며 총공사비는 1528억원이다.
하지만 조합이 건설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자금 유동성 문제를 겪으면서 지난 수 개월간 밀린 공사비가 170억원에 달해, DL건설이 공정률 약 70% 상태인 올해 초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DL건설 관계자는 “현재 화양지구 기반시설 공사가 도중에 중단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공사를 재개하면 추가 공사비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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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안 나오고 전기 안드는 ‘유령아파트’ 우려…미분양 소진에도 제동
문제는 내년 초까지 화양지구에 새 아파트 6000여가구 입주가 계획됐다는 것. 만약 조합이 빠른 시일 내에 DL건설 측에 밀린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거나, 앞으로 남은 공사비를 또 다시 납부하지 않는 경우 기반시설 공사가 미뤄지면서 입주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새아파트인데도 물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사람이 살지 못하는, 이른바 ‘유령 아파트’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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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화양지구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8월 ‘휴먼빌 퍼스트시티’(1468가구)를 시작으로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1063가구), 'e편한세상 평택 하이센트’(916가구)', '포레나 평택화양’(995가구) 등이다. 내년에는 3월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1571가구)' 등 단지가 집들이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입주일이 연기되거나, 아파트가 완공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수분양자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양지구에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 중인 시행사·건설사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2년여 동안 화양지구에 분양한 아파트 10곳이 전부 경쟁률 1대 1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분양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동안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려고 노력해왔는데, 이번에 기반시설 공사 중단 겹악재가 터지면서 미분양분 물량 판매에 차질이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평택화양지구도시개발사업조합은 언론을 통해 "현재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공사가 일시 중지된 상태지만, 최선을 다해 자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면서 “화양지구 내 아파트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