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 달 서울에서 임대업을 하는 집주인 A씨는 세입자들이 연이어 시중은행에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세입자들은 대출 심사에서 대출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은행이 대출 실행을 거절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안 그래도 은행들이 빌라에 거주하려는 서민들 대부분이 받는 버팀목 대출 등은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취급을 안하려고 하는데, 최근 전세대출 보증 비율까지 낮춰버린다고 한다”며 “정책 대출이고 뭐고 아예 서민은 전세 대출을 받을 수조차 없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시중은행에서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등 정책대출 실행을 받기가 어려워 이른 바 ‘은행 뺑뺑이’를 도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권영민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까지 기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고도 은행에서 대출 실행을 거절한 금액이 약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담보물(주택)에 따라 대출한도가 정해지는 HUG 보증에 대해 절차가 복잡하고 실적이 나지 않아 거절하는 은행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금융 당국이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에 압박을 가하며 정책대출 상품마저도 전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겠다고 시사해 시중은행 역시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거래가 뚝 끊긴 수도권 빌라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로 전세 대출 받기가 까다로워지면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 전세 매물을 구경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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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대출 받기 더 깐깐해진다…전세대출 보증비율 100%→90% ‘축소’
금융위원회가 최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 7월까지 보증보험기관의 내규를 개정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향후 수도권에 한해 보증비율의 추가 하향도 검토 중이다.
세입자(임차인)는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 주택금융공사(HF)·주택도시보증공사(HUG)·서울보증보험(SGI) 등 3곳 중 한 곳의 전세보증을 받는다. 담보가 없는 전세 대출에 보증을 서 신용을 보강해주는 것이다. 이들의 100% 보증으로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돈 떼일 걱정 없이 세입자에게 전세 대출을 내줬다.
하지만 은행이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를 느슨하게 하고 대출을 내준다는 비판이 따랐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세대출은 국민 주거안정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지만 상환능력 심사 없이 대출이 나가면서 전세대출 200조원이 주택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투기적인 주택수요, 전세끼고 집 사는 사람(갭투자자)이 있어 100% 보증비율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청년·신혼부부 등 서민들이 주로 받는 전세 대출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전세 품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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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보증 비율의 경우 금융당국은 80%까지 낮추는 안도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지는데, 이 경우 시중은행이 전세대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주의 소득 심사를 더 엄격하게 고려하고, 보증을 받지 못하는 만큼 대출액을 떼일 수 있기 때문에 전세대출 전체 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서민 전세대출 금리 더 오르거나 아예 대출 못받을 것”
당장 빌라 임대인들과 세입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이 많다.
빌라의 경우 전세사기 여파 등을 비롯해 HUG 전세보증 가입 시 주택 가격 산정 요건인 ‘공시가격 126%룰’ 때문에 전세 대출의 한도가 시세보다 크게 낮춰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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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지난해 전세 계약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월세 전환한 사례가 많았고,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은행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면 세입자와 임대인들이 연쇄적으로 이중고, 삼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빌라 임대인들과 세입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빌라 시장에는 전세 매물이 없어서 공인중개사들끼리 경쟁을 할 정도로 거래가 힘든 지경인데, 전세대출 보증비율까지 제한하면 은행에서도 서민 전세대출을 굳이 취급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