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원 춘천시 한 민간임대 아파트에서 시공사가 부도 처리되면서 임대계약자들이 260억원 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시행사는 임대보증금 보험 가입을 위해 납부해야 할 보증금 385억원 중 일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1년 넘게 입주 미뤄지더니…" 춘천 아파트, 결국 시공사부도

춘천시 근화동에 318가구 규모로 짓던 ‘춘천시온숲속의아침뷰’ 시공사는 지난해 10월 부도처리됐다. 시행사는 자금난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다. 공정률은 약 77%다.

입주예정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총 385억원을 납부했다. 시행사는 그중 260억원가량을 HUG에 납부하지 않았다. 시행사는 240가구 계약금과 중도금 전액, 나머지 78가구의 4·5회차 중도금 등 총 260억여원 가량을 공사비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HUG 관계자는 “385억원 가운데 78억원 가량만 납부되고 나머지 보증금은 예치되지 않았다며 미납금액 260억여원은 환급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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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는 385억원의 보증금액과 보증금 지정 납부 계좌가 명시된 임대보증금보증서를 2021년 2월 시행사에 발급했다. 30세대 이상 아파트 건설의 경우 반드시 분양·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주택법에 따라 HUG는 임대보증금보증서를 발급해야 한다.

민간임대 아파트가 HUG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됐지만 소용이 없었던 이유는 사업 방식이 바뀌면서 허점을 노렸다. 민간임대 아파트는 당초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조합원과 시행사가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시행사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했다. 이후 민간임대 아파트로 사업방식이 바뀌면서 HUG의 보증 발급을 받고 모집공고를 냈다. HUG의 보증 발급을 받게 되면 기존 조합원의 계약금과 보증금은 HUG로 전달이 돼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행사가 그대로 소유하면서 공사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금융사 직원이 HUG 전용계좌가 아닌 시행사 계좌에 바로 대출금을 입금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중도금 대출은 총 5회차까지 실행됐다. 1~3회 차는 모집공고에 기재된 HUG 계좌로 대출이 실행됐으나 4·5회 차는 시행사 명의로 계좌가 변경됐다. 시행사 측이 금융기관에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시행사가 2회차 대출금액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땅집고는 시행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입주예정자들은 HUG에 보증금이 제대로 납부되지 않은 것은 공사의 관리 감독 부실이라고 지적한다. HUG는 보증서 발급 이후 지난해 10월 시공사가 부도 처리될 때까지 3년8개월 동안 보증금 미납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HUG는 약관에 따라 지정된 계좌가 아닌 곳으로 입금된 260억원에 대해 환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계약자들에게도 지정 계좌에 들어오지 않은 금액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보증내용을 자필서명으로 받았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