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종시에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비즈니스 호텔로 관심이 집중됐던 ‘신라스테이 세종’. 2020년 개발이 시작된 이 호텔 프로젝트는 지역 최초로 대규모 컨벤션 및 비스니스 센터를 함께 건립해 국제 회의·전시가 가능하고, 정부세종청사와 거리도 가까운 입지를 갖춰 지역 주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세종시는 도시 규모에 비해 숙박시설이 부족한데, 당시 호텔 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금융사들의 투자도 잇따랐다.
그러나 당초 2022년 8월에 오픈을 목표로 했지만, 2년이 넘도록 호텔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간 건설경기 침체로 공사와 중단이 반복된데다, 지난해 시행사와 신탁사, 대주단 간 소송이 벌어진 것이 걸림돌이었다. 업계에선 호텔이 공매에 넘겨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신라스테이 세종’ 사업에 투자한 교보증권 등 13곳의 대주단은 책임준공을 약정한 신탁사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657억7000만원 규모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주단은 신한자산신탁이 세종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과 관련해 책임준공 기한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대출원리금, 전환사채원리금, 지연 손해금 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했는데, 연체이자를 감안하면 소송 금액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대주단은 최근 시행사에 호텔을 공매에 넘기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세종시 호텔’ 전망 밝다더니…신한자산신탁에 ‘658억 소송’ 부메랑 날아와
‘신라스테이 세종’은 세종시 어진동 1-5생활권 맑은뜰 근린공원 인근에 들어서기로 계획됐다. 지상 8층, 지하 6층, 연면적 2만6048㎡(건축면적 2165㎡) 규모에 총 259실의 객실을 갖춘 호텔과 근린생활시설, 관광숙박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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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후 ‘신라스테이 세종’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센트럴세종이 위탁자로, 신한자산신탁이 수탁자로 참여해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으로 진행했다.
사업이 시작될 무렵인 2020년 교보증권은 호텔신라와 교보증권 등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센트럴세종이 추진하는 이 사업에 700억원의 PF 대출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세종시에는 관광·방문객 수요에 비해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 전무한 실정이었다. 금융사들은 세종시 호텔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 전망이 밝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신라스테이 세종’ 사업은 코로나 팬데믹,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로 공사와 중단을 반복했다. 결국 책임준공 약정일을 1년가량 훌쩍 넘긴 지난해 1월에서야 겨우 준공 승인을 받았다.
준공이 늦었어도 서둘러 분양과 매각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던 대주단은 신한자산신탁이 PF 대출 만기일인 작년 7월 원리금 상환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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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현재 소송 내용에 대해 내부 검토 중으로, 법무법인을 선임하여 대응할 예정”이라며 “대주단 측에서 공매 요청이 있었고, 본격적인 공매 진행 절차에 앞서 시행사 측에 공매 사유 해소를 촉구 중인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 책임준공 떠안은 신한자산신탁, 줄소송 대기…“신용 등급 하향 불가피”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이란 부동산 신탁사가 대주단에게 기한 내 준공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고 대주단이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사업 방식이다.
시공사가 부도가 나도 준공에 대한 책임은 신탁사가 지게 된다. 부동산 호황기 때는 신탁사도 수탁고를 올리기 좋지만, 자칫 무분별하게 벌인 책임준공형 신탁은 불황기에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신한자산신탁은 세종시 호텔사업 이외에도 줄소송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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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인천 서구 원창동 물류센터에서 책임준공 미이행 소송을 당했다, 작년 7월 평택과 안성 소재 물류센터 개발사업과 창원 복합시설 개발사업 대주단이 책임준공 미이행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책임준공 미이행이 지속되자 자산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0일 신한자산신탁의 단기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신한자산신탁의 영업 실적 감소와 수익성 악화, 재무 건전성 저하 등을 이유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2년 이후 높은 시중금리 지속으로 금융비용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공사비 상승으로 부동산 개발시장 업황이 악화됐다”며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관련 우발 위험이 현실화해 대손충당금이 증가하고 자산 건전성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rykimhp206@chosun.com